성북동 230번지는 초가집이었다. 집 뒤편에는 골짜기가 있어 비가 오면 폭포를 이뤄 내려왔고, 마루의 뒷문을 열면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박태원은 직접 시골에서 비싼 값을 치르고 싸리를 구해 담을 둘러치고 대문을 만들었다. 그래서 성북동에서는 싸리문 집으로 통했다.
마당 꽃밭에는 채송화를 심고 마당 가운데는 모란 한 그루를 심었다. 앵두나무와 복숭아나무도 있어서 때가 되면 앵두와 복숭아를 따 먹기도 하고,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 대접하기도 하였다. 우물 옆 소나무에는 아이들을 위한 그네를 만들었다. 개 한 마리와 거위를 한 마리 키웠는데 거위는 낯선 사람이 오면, 개보다 먼저 꺼욱꺼욱하면서 고개를 길게 빼고 울었다. 집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옆에는 텃밭을 만들어 푸성귀를 심었다.
박태원은 성북동에 사는 동안 소년삼국지, 소년김유신, 어린이일리 등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많이 썼다. 항상 집에서 아이들에게 원고를 읽어주기도 하고, 자신이 쓴 책이나 학교생활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일이 없는 날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삼선교에서 역마차를 타고 종로까지 나가 외식을 하기도 하였다.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의 마음을 글로 남겼는데,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중 채가는 첫째 딸 설영이 유치원에 갔을 때의 일화를 다루고 있다.
- <성북동 잊혀져 가는 우리 동네 옛이야기를 찾아서 1>
성북동의 예술가: 박태원, (주)내셔널트러스트유산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