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완공되고 정릉 생활을 하며 가까운 곳에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공공시설이 없는 것을 알고, 남은 땅에 유치원을 짓기로 하였다. 온 가족이 힘을 모아 유치원 건물을 지었고, 1968년 결혼 25주년 기념에 맞춰 완성된 ‘금잔디유치원’에서 부부는 은혼식을 올렸다. 시조 작가 이은상 선생이 주례를 맡고 국어학자 최현배 선생이 축사를, 테너 박인수가 금수현이 작곡한 <구름>을 불러주었다. 5남매는 부모님의 은혼식을 축하하는 무언극無言劇을 공연했다.
음악가가 만든 유치원답게 금수현이 원가園歌를 짓고, 어머니들을 위한 노래도 만들어 함께 불렀다. 결혼으로 교사를 그만두어야 했던 아내는 유치원 일에 의욕을 보여, 어머니회를 중심으로 부부동반 모임까지 열어 이웃과 화합하고 문화와 예절을 가르치는 데 힘썼다.
유치원이 지금 45회 졸업생이 나갔으니까 거의 50년이야. … 오페레타를 지어서 아이들이 연극을 하는 거야. 피터팬같이. 하도 이뻐서 KBS에 교섭을 해서 어린이 시간에 우리 유치원이 전부 가서 오페레타도 하고. 정릉 지역은 애정을 가지고 계몽을 한 곳이에요. 금수현이 즉석에서 곡을 만들고 가사를 적어가며 유치원을 얼마나 도왔다고. 지역사회. 어머니 모임 뿐 아니라 아버지 모임도 하고, 또 연말에는 가족모임. 부부모임 등. 참 재미있게 지냈어요.
- 아내 전혜금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