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니 먼발치에 조그마한 암자가 하나 보인다. 저것이 필시 석전 박한영 스님이 머물렀던 대원암일 터. 가까이 다가가보니 기다란 표지판 하나가 눈에 띈다. ‘탄허스님께서 신화엄경합론을 번역하신 곳’ 자신의 입적일을 정확히 예언했다던 탄허 스님이 이 곳에 머물렀었구나. 아직 살아계셨다면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숫자 여섯 개만 알려달라고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원암 뒤편에도 탄허스님 표지판과 꼭 닮은 것이 하나 세워져 있다. ‘석전 박한영 스님의 연구실이 있던 곳’ 하지만 현재 연구실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텃밭 한 켠에 표지판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그렇게 보타사로 향하려다 금동보살좌상이 잠시 대원암 방 한 칸을 빌려 살고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대원암으로 들어 가 금동보살좌상을 마주한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자유분방한 자세와, 신묘한 표정, 그리고 우아하게 뻗은 손 끝까지. 1미터도 안 되는, 그리 크지 않은 키지만 그 아우라만큼은 대원암을 넘어 안암골을 메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수진, 백외준, 민문기, 김영미, 최호진, 최보민, 고종성, 김민성, 2017,
보문동∙안암동, 197-1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