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많은 축제가 열리지만, 마을의 오랜 전통과 이야기가 있는 축제는 그리 많지 않다. 정릉의 버들잎 축제는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몇 안 되는 축제 중 하나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호랑이 사냥을 나갔다가 목이 말라 우물가에서 아리따운 처녀에게 물을 청했다. 처녀는 이성계가 급히 마시고 체할까 버들잎을 물에 띄워 건넸는데, 그 지혜에 탄복해 그녀를 부인으로 맞아들였다는 ‘버들잎 설화’는 정릉주민이라면 익히 들어본 이야기다. 버들잎은 우리 민족의 탯줄과 같이 왕과 왕비를 이어주는 상징적인 연결고리로 성북구는 정릉에 잠들어 있는 신덕왕후와 태조 이성계의 첫 만남을 재현하는 ‘정릉버들잎축제’를 2013년부터 정릉 1,2,3,4동이 함께 준비했다.
2017년 10월 28일에 제5회 버들잎 축제가 열렸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어가 퍼레이드, 태조는 경국사에서, 신덕왕후는 정릉에서 출발해 아리랑시장을 거쳐 교통광장에서 만나 버들잎 설화를 재현하고 혼인 의식을 치르는 어가 퍼레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가 함께 했다. 어가행렬은 다시 정릉동 곳곳에 왕가의 위엄을 알리고 정릉천으로 돌아왔다. 행사에서는 주민들이 왕, 왕비, 상궁, 나인, 포졸로 참여했다. 대학생들과 주민들은 사물놀이와 풍물패 공연을 하고 취타대로 함께 참여했다.
축제에서 버들잎 설화를 담은 주민 창작뮤지컬 ‘태평가’는 최고의 공연이었다. 정릉2동 자치회관 프로그램인 고전무용, 민요, 연극팀이 함께 만들어낸 ‘태평가’는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인 버들잎 설화를 담고 있다. 태평가는 2014년 전국 자치회관 프로그램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민‧관이 함께 만든 버들잎 축제! 단풍이 물드는 늦가을,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사랑이야기로 주민들의 마음도 붉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