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이란 소설도 그렇지만 1960~70년대의 보문동은 많은 박완서의 소설에서 자주 배경으로 나온다. 말할 것도 없이 1960~70년대에 박완서가 보문동 한옥에서 살았던 까닭이다. 이 보문동 집에서 그녀는 남편과 함께 자식들을 낳아 길렀고 시어머니를 봉양하며 대가족의 살림을 도맡아했다. 그런 와중에 1970년 그녀의 나이 마흔에 『나목』이란 소설로 등단한 후 부지런히 소설을 써서 발표했다. 그녀는 주부로서의 삶의 조건을 떠나지 않으면서 계속 소설을 썼다. 가솔들을 다 직장으로 학교로 내보내고 난 후 조용한 방안에서 또는 깊은 밤 남편이 코를 골며 자는 와중에,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도 타자기도 없는 그때 그녀는 원고지 위에 한 자 한 자 소설들을 써 나갔다. 1970년대 한국인 중에 가장 바쁜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면 바로 서울 보문동의 박 모 소설가라 답하면 될 것이었다. 그런 까닭에 그녀의 소설 속에는 그녀의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삶과 그에 얽혀 있는 보문동 사람들의 삶이 녹아 들어가 있다. 또한 그녀의 소설에는 그 시절 여성들이 겪은 폭력과 차별이 일상화된 삶, 거대화되고 메말라가는 도시 속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중산층 소시민들의 군상이 동시대 그 어떤 소설이나 영화나 사진보다도 정확하게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