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을 바꿔 “그럼 보문동 자이아파트 101동 쪽으로 가 주세요”하니 기사님은 그제야 감을 잡으셨는지 안정감 있는 주행을 시작하신다. 택시는 아까 우리가 갔던 보문사 앞을 지나 좌회전, 동망봉 터널 위로 난 좁은 오르막길을 오른다. 좌우로 다세대주택들이 100미터 쯤 이어지다가 곧 큰 아파트 단지 하나가 나타난다. 정식 이름은 보문파크뷰자이아파트. 지난 2013년에 이 언덕바지에 있던 주택들이 철거되고 솟아오른 아파트 단지로 2017년 1월부터 입주민이 들어왔다고 한다. 대체로 20층 정도의 층수에 117동부터 101동까지 17개동. 성북구에서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여서 그런지 단정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풍긴다. 한옥이 많았던 옛 보문동의 경관을 의식해서였을까 흰색과 기왓장의 진회색을 조화롭게 디자인한 외벽이다. 이제는 아파트 단지들도 90년대식 단조로운 디자인에서 탈피하고 있는 모양이다. 단지는 능선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단지 뒷길이 곧 동망봉 능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