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신설 경전철 정릉역에서 내려 조선왕릉 정릉으로 가다보면 작은 도로 사이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가 있다. 언뜻 보기에는 주택가 내지 골목길로 볼 수 있지만 전통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1960년대에 형성된 엄연한 시장이며, 시장 상인의 75%가 정릉주민이다.
1970~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정릉동 주변은 주택이 많이 남아 있었고 서민층이 많이 모여 살고 있었다. 시장 중앙을 가로지르며 흐르던 개천이 복개되어 길이 생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정릉동 일대를 대표하는 마을장터 역할을 했다. 시장 안에는 작은 가게들과 노점, 리어카행상과 함께 인근 운수회사에 다니는 택시와 버스 운전자에서부터 일용근로자들까지 많은 가게와 사람들로 북적였다.
1990년대 이후 정릉에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교통이 발달하면서 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사람들이 다니던 길은 차도가 되었고, 먹을거리는 마트나 인근 더 큰 시장을 이용하면서 상권이 쇠퇴하고 폐업하는 가게가 많아졌다. 야채, 생선 가게가 넘치던 시장에는 부동산과 인테리어 관련 상가들이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 이곳을 출퇴근길에 지나는 길목으로만 인식하기 시작했다.
시장이 쇠퇴하던 가운데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아리랑시장이 국가에서 인정하는 전통시장이 되면서였다. 상인회가 꾸려지고 매주 길을 청소하고, 축제를 열었다. 상인들과 주민, 지역의 청년들이 함께 깨끗한 먹을거리와 살거리들이 많은 시장,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해마다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시장의 규모는 작지만 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포장마차와 무인으로 운영하는 쌀가게 등 특색 있는 가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정육점, 방앗간, 이발소, 포장마차, 중국집 등 있어야 할 것은 다 있는 정릉 아리랑시장. 유네스코 세계유산 정릉을 탐방한 후, 또는 인근 아리랑시네센터에서 문화생활을 즐겼다면 인근에 위치한 이곳 아리랑시장에서 시골 읍내시장에 온 듯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시장을 걸으며 옛 정취가 느껴지는 간판들 사이에 특색 있는 이름의 가게들을 찾아보는 것도 아리랑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