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로터리
안암로터리는 신설동에서 돈암동으로 연결하는 보문로에서, 경동시장 네거리에서 북쪽 방향의 종암로를 대각선으로 연결하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도 한양도성 밖으로의 주요 도로의 확장은 1930년대에 들어 계획되고 실행이 되는데, 지도를 통해서도 1930년대 중반을 지나서야 안암로터리가 교차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 사이의 분위기를 통해 안암로터리 주변 상황이 어떠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서울로 올라오고 며칠 안 돼 인철은 밀양으로 옮겨 가기 전에 살던 안암동 로터리 부근을 찾아가 보고 2년을 채 못 다닌 초등학교 교정도 둘러보았다. 그러나 신기하리만치 7년 전 그와의 연결 고리는 그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는 안암 로터리라는 현대적인 정류소 이름뿐, 아스팔트 포장조차 안 돼 있던 변두리가(겨우 두 정류장 뒤가 버스 종점이었다.) 그사이 잘 포장된 로터리를 중심으로 제법 도심 흉내를 내며 개발되는 중이었고, 예전 세 들어 살던 집터에는 2층 건물이 들어서 부근의 옛 모습을 짐작할 수 없게 바꾸어 놓았다. 동네 골목도 옛 교정도 마찬가지였다.
― 이문열, 『변경7』, 민음사, 2014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