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을 일깨우는 인생 교과서 사찰
사찰 45
매와 꿩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설화
- 전국의 사찰에 대해 기록한 옛문헌에 영취사에 얽힌 설화가 나온다. 신라 신문왕 때 재상 충원공이 온천에서 목욕하고 성으로 돌아올 때 목격한 일이다. 한 사람이 매를 놓아서 꿩을 쫓게 하자 꿩은 날아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방울소리를 듣고 찾다가 관청 북쪽 우물가에 이르렀는데, 매는 나무 위에 앉아 있고 꿩은 우물 속에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물의 물이 마치 핏빛처럼 보이는 것이다. 꿩은 날개를 벌려 새끼 두 마리를 안고 있고, 매도 꿩을 측은하게 여겨서인지 감히 잡지 않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측은히 여긴 충원공은 감동하여 땅의 기운을 점쳐 보고 절을 세울 만한 곳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서울로 돌아와 이 사실을 왕에게 말하여 그곳에 절을 세웠는데, 그곳이 지금의 영취사라는 것이다.
영취사에 가면 반드시 눈여겨 봐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역사적인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은 5층 석탑이다. 지금은 많이 훼손되어 형체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석탑 양식의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하나는 언뜻봐도 거북이와 너무 닮아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설화에 많이 등장하는 거북바위를 들 수 있다.
원문 중 충원공과 관련된 매와 꿩의 설화는 『삼국유사』 탑상편에 나오는 내용인데, 이때의 영취사는 동래(부산)의 절이므로 북한산 영취사와는 관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