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을 주민쉼터로
주차장 쪽 골목 쓰레기장으로 쓰이지만 주민들이 같이 모여 담배도 태우고, 수다도 떨고, 음식도 나누는 쉼터처럼 쓰였던 공터. 2011년 여름 성북구청과 동사무소는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주차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곳은 단지 쓰레기장이 아니라 야채차가 와서 머물렀다 가는 곳이기도 하고, 동네에 들어왔던 차가 회차하는 곳이기도 하며, 주민들이 쉬는 곳이기도 하기에 주민들은 주차선을 긋지 못하게 막으면서까지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쓰레기는 자기 집 앞 배출을 기본으로 하고, 그곳을 아예 쉼터로 재조성하자는 의견에까지 이르렀다. 쉼터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임시로 쓸 화단을 만들었다. 여름 뻘뻘 땀 흘려야 했던 그날 집 짓는 용도의 시멘트 벽돌로 쌓아올리고 인근 공원에서 뽑아온 철쭉나무가 듬성듬성 꽂혀있던 임시 화단은, 함께 흘린 땀 때문이었을까 참 아름다웠다.
이후 주차장 쪽 골목 주민들을 중심으로 쉼터 디자인을 논의해갔다. 디자인뿐 아니라 마을의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자연스레 이야기가 더해졌다. 그리고 어떻게 쉼터가 조성되면 좋을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햇빛이 강하게 비추는 곳이라 그늘막이를 잘 만들어 놓아야 한다”, “평상시에는 의자처럼 쓰이다가 여럿이 모일 때나 다리도 펴서 쉬고 싶을 때 합체해서 평상처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등등. 일상의 장소인 그곳을 주민들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의 경험을 토대로 공사에서 쓰면 좋을 자재까지 구체적인 제안들이 있었다.
쉼터 조성공사가 끝난 후 들렀던 그곳에서 쉼터가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자부심을 안고 이야기하고, 행여 만들어놓은 의자가 상처라도 날까 싶어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이 일군 공간, 만들어낸 변화에 대한 뿌듯함을 주민들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놈이 나무 죽으라고 껍데기를 벗겨놓고! 잡히기만 하면 가만 안둘 거야. …… 사람들이 여기다 담배꽁초며 버려서 지저분하게 해놓고 평상도 치우고 주차를 하지 않나. 저 낡은 의자도 그래서 안 버린 거야. 내가 여기 화분도 새로 만들어서 해 놓았다니까. 안 그러면 바로 주차장 돼!
<쉼터 조성 이후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 중에서>
(새로 심은 나무 껍데기가 벗겨진 것으로 분개하며 이야기를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