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천을 따라 북한산 방향으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면 청수장 종점 근처에 서울에서 보기 힘든 시골마을이 나온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도시의 오아시스를 이루는 정릉3동 정릉골은 ‘정릉’이라는 마을이름을 그대로 간직한 자연마을이다. 정릉에서 아직까지 밭이 많이 남아있는, 정릉 속 농촌마을. 낡은 대문, 구불구불한 길, 다듬어지지 않은 계단, 이 모든 것이 정겹다.
소설 『토지』가 탄생한 마을
큰 도로와 반듯한 골목, 줄지어 지어진 반듯한 양옥집보다는 널따란 들판과 구불구불한 길, 산천으로 둘러싸여 바람이 볼을 간질이는 정릉골. 마치 이곳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토지』 『김약국의 딸들』 등의 소설로 유명한 소설가 박경리는 1965년부터 1980년까지 정릉골에서 살았고, 소설 『토지』 1~3권이 이곳에서 집필되었다.
정릉천에서 마을 입구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정릉골 팻말을 대신하는 ‘정릉골’ 문자와 소설가 박경리의 대표작 ‘토지’ 그리고 그녀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벽화그리기는 2014년 지역주민 50명과 청덕초등학교 학생 및 교사 850명, 대학연합 비영리단체 ‘대학희망’ ‘성신여대 KT모바일 퓨처리스트 자원봉사단’ ‘벽화 하나로 희망청년회’ 등 여러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여 완성한 것이다.
성북 마을버스 06번을 타고 너른 마당에 내리면 탁 트인 정릉골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집집마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탐스러운 잎들이 텃밭에서 자란다.
정릉에서 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한 정릉골은 재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여전히 화두가 되고 있다. 마을을 떠난 이들도 많고 빈집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