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길이 이 길의 공식명칭은 아니다. 현재 이 길의 공식명칭은 ‘인촌로24길’이다. 그렇다면 참살이길이란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걸까? 궁금해졌다.
고려대 출신의 박학다식한 J에게 물어보니 바로 답이 나왔다. 1990대 초까지만 해도 참살이길은 막걸리 집이나 몇 군데 있는 소박한 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서부턴가 슬며시 락카페나 가라오케 같은 유흥 · 향락업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고려대 학생들은 이를 우려하여 해당 업소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치는가 하면, 1992년 9월 ‘안암동 우리마당’이라는 행사를 열고 이 길은 학생들의 길이며, 학생들의 주인인 길이라 선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참된 삶의 길’, ‘참된 삶이 이루어지는 길’ 등의 의미를 담아 ‘참살이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정말일까? 의구심이 앞섰지만 이내 뭐 어떠랴 싶었다. 인촌로보다는 낫지 싶어서 말이다
참살이길 입구에 서보니 사거리 맞은 편 개운사길의 2차선과는 다르게 1차선으로 곧게 뻗어있다. 그리고 길의 양 옆으로 음식점, 카페, 술집 등의 먹을 곳과 노래방, PC방 따위의 놀 곳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차도가 1차선으로 좁으니 인도의 폭이 비교적 넓다. 걷기 좋은 길이구나. 오가는 사람이 참 많겠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다녀도 좋고, 연인들끼리 데이트하러 나와도 좋은 길이겠구나. 하지만 이 길도 소위 ‘젠트리피케이Gentrification’ 현상이라는 마수에서 벗어나진 못한 것 같다. 참살이길하면 떠오르던, 참살이길만의 독특하면서도 정겨운 가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어느덧 그 자리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게들만 들어섰기 때문이다. 문득 중앙광장에서 본 시위대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누구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거리에서 쫓겨나고, 누구는 시급 몇 백원 올랐다고 일터에서 쫓겨나고.
2019년 '인촌로'는 '고려대로'로 명칭이 변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