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성북구 버스회사와 버스안내원 파업
활동자 : 노재훈
일 시 : 2024년 7월 25일 목요일
장 소 : 삼선교통 버스안내원 기숙사 터, 구 한성여객 터. (화랑로32라길 21, 장위동 71)
한국 현대사에서 수도 서울의 도시화 과정은 대중교통의 도입 및 활성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지녔다. 특히 성북구는 한국전쟁 이후 다른 지역들보다도 더 급격하게 인구가 증가하였기 때문에, 대중교통도 그만큼 발전하게 되었다. 지하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인 1970년대까지 서울 시민들이 이용한 주요 대중교통은 시내버스였으며, 이 시내버스는 당대 서울 시민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필수적 요소였다. 이 당시 수도권 버스업체의 소재지 다수는 성북구에 위치해 있었다. 삼선교통, 영신교통, 세운교통, 한성여객, 삼화상운, 도원여객 등이 이 시기 성북구에 자리하였다. 현재는 없어진 직업이지만, 과거 버스에는 승객에게 버스 요금을 받으며 출입문을 개방하는 등의 노동을 수행한 버스안내원이라는 직책이 있었다. 버스안내양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버스안내원은 1961년, 교통부가 버스 여차장제를 도입하며 생겨났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다시피 이들은 여성 안내원으로서 대면 서비스노동을 수행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과 착취 등을 겪어야 했다. 이에 버스안내원들은 자신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집단행동을 통한 파업을 벌였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주로 체불된 임금 지급 및 몸수색 반대 등이었는데, 이러한 저항은 당대 노동운동의 일면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해당 주제로 한국현대사 박사학위논문을 작성한 조민지가 평한 대로 “직장 내 성폭력에 저항하는 선구적인 형태의 反성폭력 운동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이번 주민기록단 활동에서는 과거 성북구에 위치했던 버스 회사들의 터와 버스안내원의 구 기숙사 터 등을 파악하고자 했다. 현재 대부분의 시내버스 회사가 소재지를 서울 외곽으로 이전했을 뿐 아니라 과거 주소를 상세하게 기록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위치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만 1970년대 버스안내원의 시위를 기록한 뉴스 기사에서 삼선교통 버스안내원의 기숙사와 한성여객 건물의 주소(각각 동아일보 1971년 11월 1일 기사, 동아일보 1974년 3월 6일 기사)를 각각 상세하게 작성한 바가 있어, 이를 토대로 직접 현장에 찾아가 조사하였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각각 밀린 급료 지급, 그리고 임금 체불 및 몸수색에 대한 것이었다.
두 장소 모두 장위동에, 돌곶이역 근처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 시기 버스 회사가 대체로 비슷한 장소에 자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선교통 버스안내원 기숙사의 경우, 구 지번주소(석관동 340-16)에서 화랑로 32라길 21로 바뀌어 있었다. 삼선버스 회사는 과거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하였다고 하는데, 이로 보아 회사와 기숙사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현재는 청명교회라는 교회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고, 기숙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교회 건물의 모양으로 보아, 구 기숙사 건물을 활용했다기보다는 이를 헐고 새로 지은 건물인 듯 하였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새벽 2시에 기숙사에서 떠나, 버스를 타고 서울시청 앞까지 나와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한성여객 건물의 경우, 현재 장위자이레디언트아파트 공사로 인해 안에 직접 들어갈 수 없었다. 기사의 주소(성북구 장위2동 71)에 따르면 아파트 정문의 바로 오른쪽 부근에 위치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역시 구 한성여객 건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기숙사에서 나와 약 900m 거리의 월곡파출소까지 나와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두 장소 모두 과거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곳이었으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주민기록단의 활동 보고가 과거를 완전히 잊혀지지 않게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진 설명>
1. 현재는 교회 건물인 구 삼선교통 버스안내원 기숙사의 현 도로명 주소이다.
2. 구 삼선교통 버스안내원 기숙사 터의 전경이다.
3. 주소상 오른쪽에 있는 건물들 위치가 구 한성여객 건물 터이다. 공사로 인하여 직접 들어갈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