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 5 재정비 촉진 구역 정릉로31길 한옥군
활동자 : 신해영
일 시 : 2024년 8월 25일 일요일 19:00-20:00
장 소 : 정릉동 178-55 (정릉로31길 10-3)
길음 5 재정비 촉진 구역은 2023년 12월 재개발이 확정되었다. 아직 표면적으로는 구체적인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보이지 않지만,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에 정릉로31길과 정릉로31가길에 남아있는 한옥에 대한 기록을 남기면 좋을 것 같아서 선정하게 되었다.
한옥 건축양식의 필수항목은 5가지로 구성된다. 첫째, 한식형 지붕 형태를 유지해야 하고, 둘째, 내부 주요부재가 한식 목조 구법으로 지어져야 하고, 셋째, 한식 지붕틀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며, 넷째, 주춧돌, 기둥, 보머리를 유지하고 주요 구조가 노출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옥 입면 비례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서울한옥포털, https://hanok.seoul.go.kr/front/kor/life/lifeGuide.do?tab=1)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정릉로31길 10-3 일대에 있는 한옥들은 한옥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성북구 주요 건축 자산 목록에 따르면 이 한옥들은 1967년에 지어졌다고 한다.(성북구 주요 건축자산 목록, P2.) 정릉동 178-55 일대에 한옥군이 존재했다고 하는데 현재 남아있는 곳은 골목 세 곳을 사이에 두고 11채가 남아있다. 10채는 가정집으로 사용되고 있고, 1채는 거리로 향해 있는 벽을 개조해서 가게(동신건축 인테리어)로 변형해서 사용하고 있다. 한옥의 규모가 작지 않아서 한 골목에서 그 가구의 앞쪽을, 다음 골목에서 그 가구의 뒤쪽을 볼 수 있다.
한옥의 구조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보면 ㄷ자형의 구조로 되어 있는 단층 건물이다. 한옥의 기본 골격을 갖춘 모습은 기와지붕과 서까래를 통해서 볼 수 있다.
경사진 언덕에 지어졌다 보니 가장 하부는 커다란 돌들을 축대처럼 쌓아서 평평하게 바닥을 골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성을 위해 시멘트 작업을 한 곳이 군데군데 보이기도 하다. 그 위로는 널찍하고 길게 깎은 돌을 두 단으로 기초석처럼 쌓은 주춧돌이 집 건축의 안정감을 주고 있다. 한 집은 특이하게 이 주춧돌 앞쪽에 시멘트로 반원기둥 모양의 구조물 6개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 용도는 확실치 않다.
집을 두르고 있는 벽은 타일로 장식했다. 대부분의 집은 하단에 진한 남색의 타일을 깔고 흰색 타일을 전체적으로 사용하고 하늘색 타일로 포인트를 주었다. 한 집만 하단에 패턴이 있는 타일을 깔고 흰색 타일 바탕에 민트 칼라와 핑크 칼라의 타일을 포인트 칼라로 사용했다. 벽에는 외부로 나 있는 창문이 대문을 중심으로 양쪽에 각각 2개씩 나 있다.
서너 개의 계단을 오르면 대문이 있다. 육중한 나무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집들도 있고, 철문으로 교체한 집들도 있다. 나무문에는 역사의 흔적들이 두껍게 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서까래는 통나무를 방사선 모양으로 설치하여 골격을 세우고 통나무 골격 사이를 시멘트로 메꿨다. 이 역시 집을 지었을 당시의 목재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집도 있고 지붕공사를 하면서 새로운 나무로 교체된 집들도 보인다.
지붕은 옛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두 가구와 한식의 지붕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롭게 단장한 가구들로 나뉜다. 지붕을 고친 가구들은 지붕 누수로 공사를 했지만, 한옥 기와지붕의 골격은 유지한 채 컬러강판을 사용하여 현대식으로 개조했다.(한옥지붕 개조공사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B_yynmk8u_8) 성북구는 2012년12월31일 서울시 지자체 최초로 성북구 한옥 보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한옥 보전 지원 기금을 조성하여 한옥 지붕 개조 사업의 일환으로 지붕 교체 작업비용을 일부 지원했다.
이 지역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집이 얼기설기 엮어있고 ㄷ자형의 구조이다 보니 대문이 ㄷ자형의 지붕 아래에 있고, ㄷ자형의 열린 부분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집의 구조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길가 쪽에 자리 있는 집을 통해 집의 구조를 그려볼 수 있었고 규모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성북구는 서울시 전체 한옥의 11.8%를 보유하고 있다. (박정일, 아시아경제, 2014. 01.20. 07:11 https://cm.asiae.co.kr/article/2014011919324671045) 그러나 재개발로 우리의 전통 가옥인 한옥이 사라져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라도 남겨둘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진 설명>
1. 정릉로31길 한옥군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남아있는 가옥들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
2. 경사진 언덕에 커다란 돌들을 쌓아서 평평한 기초를 만들고 난 후 담을 올리고 지붕을 얹은 집의 전체 구조를 볼 수 있다.
3. 통나무로 골격을 세우고 시멘트로 그사이를 채운 모습을 볼 수 있다.
4. 한옥을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 파란색 철문, 타일벽, 창문, 그리고 서까래에 얹어진 기와지붕을 볼 수 있다.
5. 4-3 한옥의 뒤편의 벽면은 시멘트나 타일이 아닌 철제물로 되어있었다.
6. 한옥을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 나무문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타일벽이 다른 패턴으로 꾸며져 있다.
7. 좌측으로 한옥 두 채 (4-3, 4-5)가 나란히 있다.
8. 한옥이 좌측에 네 채(12, 10-3, 10-5, 10-7), 우측에 세 채(10-4, 10-6, 10-8) 마주보며 나란히 있다.
9. 골목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한옥이 나란히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 좌측은 4채 (12, 10-3, 10-5, 10-7)가 모두 한옥이다.
10. 나무문이 보존되어 있다. 주춧돌 앞에 반원기둥 6개를 세워둔 것이 특징이다.
11. ㄷ자형의 한옥구조 중 열린 부분이 도로를 향해 있고 능소화가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12. 이 한옥군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13. 노란색 페인트를 칠해 놓아서 눈에 띄었는데 우편물이 문고리에 꽂혀있는 것으로 봐서 빈집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14. 벽을 붉은색 벽돌로 교체하고 창문도 지붕도 보수되어 있다.
15. 벽면의 타일은 보존되어 있으나, 철대문과 지붕은 보수되어 있다.
16. 나무 대문과 벽면의 타일은 보존되어 있으나 지붕은 보수되었다.
17. 나무 대문, 벽면의 타일, 창문까지 원형이 대부분 보존되어 있다. 지붕은 개조되었다.
18. 길가에 자리 잡고 있어서 ㄷ자형의 한옥 구조와 열린 부분으로 보이는 큰 나무로 한옥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19. 나무대문과 타일벽 등 한옥의 원형이 보존되어 있다.
20. 담의 일부를 주차장으로 개조한 것을 볼 수 있다.
21. 붉은 벽돌, 넓은 창문, 지붕, 철 대문으로 개조되어 있다.
22. 담을 개조해서 가게를 만들었다.
23. 정릉로 31가길에 한옥 두 채(1, 2)가 있다. 붉은 색으로 바닥이 칠해져 있어서 빨간 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골목이다. 이 골목길은 숭덕초등학교 학생들의 통학길,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동네사람들의 지름길로 사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