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기록단 활동기록

성북구에서 사는 혹은 살았던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여 성북의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2024. 09. 22. 이주민 지킴이-천주교 이주사목위원회 (활동자: 남명희) 2024.10.04
이주민 지킴이-천주교 이주사목위원회

활동자 : 남명희

일 시 : 2024년 9월 24일 화요일 11:00-11:30

장 소 : 천주교노동사목회관 4층 (보문로 95)




1.기록처 선정 이유
'한파 비닐하우스 사망 이주노동자 유족, 국가배상 패소‘
인터넷신문 뉴시스(2024.8.29.)의 ’헤드라인‘이다. 아니, 사람이 죽었는데 배상을 해주지 않는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라는 의문이 생겼다. 내용을 보니 2020년 12월 30일 영하 20도의 추위에 난방이 되지 않는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지내다 사망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 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의 사인을 입증하기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고 했다.
이 기사 다음에도 이주민과 관련된 뉴스가 이어졌다. 뉴스필드(2024.7.5.)는 ’아리셀‘ 참사 진상규명과 처벌을 촉구하는 전국 이주민인권단체의 항의 기사를 전했다.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의 리튬 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로 총 22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혹한 산업재해였다. 희생자 대부분은 외국 출신 이주노동자들로, 중국 국적 18명, 라오스 국적 1명, 미상 1명으로 확인되었다고 했다.
한편 프레시안(2024.8.22.)은 "외국인 보호실에서 진료 못 받아 사망한 남편, 살인과 무엇이 다른가", 또 KBS는 “남편 폭행에 결혼 이주여성 ‘뇌사’…“병원비 어쩌나?” 라는 제목의 뉴스를 전했다. 볼수록 마음을 아프게 하는 소식들이었다. 그동안 이주민들의 문제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게 살아온 데 대한 자괴감으로 마음이 불편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문화와 언어와 풍습이 다른 먼 타국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사는 이주민들을 도와주는 곳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순간, 천주교 노동사목회관의 ‘이주사목위원회’가 떠올랐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자주 그 앞을 지나다녔고, 주일날이면 보문동성당에 미사를 갈 때도 지나치던 곳이다. 이주사목위원회는 이주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힘들 때 쉼터가 되어줄 곳이라고 확신했다. 그날 오후, 곧바로 담당 사제를 만나러 갔다.

2. 노동사목회관 현관의 두 조각상
빌딩 현관에 들어서자 두 개의 조각상이 맞이한다. 노동자의 수호성인이신 성 요셉 입상과 노동회관 대지를 기증한 이점홍(골롬바) 흉상이다. 손미경 작품의 이점홍 상은 2003년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에 건립한 것으로 정응모 신부가 쓴 아래와 같은 글을 담아 기념하고 있다.
“이점홍(골롬바, 1920~2018) 님은 1995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보문동의 대지 170여 평을 교회에 기증해 주셨다. 2001년 서울대교구는 이 대지 위에 노동사목회관을 건립하여 어려운 처지에 있는 내, 외국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노동사목회관은 이 골롬바 님의 큰 사랑을 기억하고 감사하기 위해서 이 상을 제작하였다.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 안에서 이웃 사랑을 실천한 이 골롬바 님의 아름다운 삶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3. 유상혁 세례자요한 신부님 인터뷰
이주사목위원회 사무실에 들어서자 신부님은 한 이주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기다렸다가, 방문한 목적과 더불어 면담 요청을 드렸다. 신부님은 환히 웃으며 흔쾌히 청을 들어주신 다음 사무실 한쪽의 회의실로 안내했다.
♣인터뷰 일시 및 장소
2024년 9월 10일(화) 14:30 ~ 15:30 / 이주사목위원회 회의실
*인터뷰는 영상녹화나 녹음을 하지 않고 대면으로 진행하였으며, 대담 내용은 수기로 기록, 정리하였음.

4. 인터뷰 내용

▷신부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신부님 뵙기 전에 서울대교구의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사제수품일이 2009년 6월 26일이며, 사제로서의 첫걸음은 둔촌동성당을 비롯한 본당사목으로 시작하셨더군요. 그리고 2021년 8월 30일 자로 특수사목인 현 소임지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부임하셨고, 노동사목회관 관장도 겸하고 계신 데, 제 자료가 맞는지요?
▶하하, 맞습니다. 제가 할 소개를 대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주제넘게 소개를 한 것 같아 송구합니다. 그럼, 먼저 이주사목위원회의 설립 목적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네, 설립 목적은 교회의 복음 선포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이주와 관련되는 사목적 문제에 관하여 교구장님 자문하고, 이주민을 복음화하는 데에 있습니다. 특히 이주민도 우리 사회에서의 같은 구성원이라는 정체성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깨우쳐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가톨릭 정신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이주사목위원회 조직과 주요 활동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이번에는 아무리 줄이더라도 좀 긴 얘기가 되겠네요.
이주사목위원회는 상담센터, 7개 국가별공동체, 5개의 이주민 쉼터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신부님의 설명과 이주사목위원회 홈페이지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임)

♣상담센터
①이주민상담실 -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근로 고충 문제를 복음과 사회 교리 정신으로 해결해 주기 위하여 ‘서울 상담실’이 개설되었다. 체불, 퇴직금, 직장 이동, 출국, 법률문제 등 상담과 무료 지원을 하며, 질병이나 산재 또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주노동자의 외래 진료와 입, 퇴원 동행 지원을 하고 통역 지원도 한다.
②가톨릭상호문화센터
노동사목회관 2층에 위치한 ‘가톨릭상호문화센터’는 2017년 설립되었다. 언어, 인종,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개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하며, 다양한 문화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성장하고 가족과 지역사회가 상호문화 교류를 활발하게 하여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상호문화가 건전하게 정착하도록 도와준다.

♣국가별 공동체 지원
필리핀, 베트남, 몽골, 중국, 남미, 인도네시아 등의 이주민 공동체 활성화와 지원업무를 한다. 각 공동체별로 지도 사제나 수도자를 두고 미사와 각종 성사를 거행한다. 이주민들의 건전한 영적 생활을 위해 성지순례, 상담 등 서비스와, 아울러 이국에서의 향수를 달래고 상호 친교 및 심신 단련을 위하여 주기적으로 다양한 스포츠 행사나 위로 행사 등 개최를 도와주어 상호 유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주민 쉼터 운영
①베다니아의 집 - 산업재해나 질병 등으로 치료 후 노동 현장 복귀가 어렵거나, 통원 치료나 재입원, 요양 등이 필요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함.
②가정폭력 이주여성 시설 - 각종 폭력으로 학대받은 이주여성과 동반자녀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육체적ㆍ심리적 상처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한편, 정서적으로 안정시키고 한국 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함.
③베들레헴 어린이집 - 다문화가족여성, 이주노동자 자녀들에게 24시간 영유아 보육과 교육은 물론, 다문화가족여성들의 한국어 교육과 부모교육, 부부 상담을 통하여 가정의 일치와 화합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줌.
④마고네지역아동센터 – 이주민 자녀와 지역사회 내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만18세 미만 아동의 안전 및 성장을 위하여 환대, 보호, 증진, 통합의 가치를 기반으로 사회적, 정서적 발달을 도와줌.
⑤사랑의 집 - 이주여성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혼할 경우 동반 자녀들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보호하여 생계를 지원하고 퇴소한 뒤에 자립 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함.

♣소식지 <좋은이웃> 발간
후원회원들에게 필리핀, 베트남, 몽골, 중국, 남미, 인도네시아 등 각국 공동체의 활동 소식과 알록달록협동조합 회원인 이주여성들의 활동을 알려준다. 한편 후원회원을 위한 미사봉헌과 후원할 은행계좌도 안내한다.
*이주사목위원회 소식지 명칭 변경
2002년부터 발행한 이주사목위원회 소식지 <두손모음>이 2016년 6월 169호를 마지막으로 2016년 7월부터는 <좋은이웃>으로 명칭을 변경, 발간했다. 또한 명칭 변경과 함께 흑백 인쇄에서 ‘알록달록’한 예쁜 컬러 프린팅 소식지로 변신했다. 루카 복음서 10장 33-37절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처럼 이주민에 대한 환대와 사랑을 베푸는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의미에서 소식지 명칭을 바꿨다고 한다.

▷긴 시간 설명 고맙습니다. 아까 사무실 들어올 때 뵈니까 한 이주여성과 말씀을 나누고 계시던데 피곤하지 않으세요? 언어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 의사소통도 잘 안되고 스트레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 없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이주사목위원회에는 다양한 공동체가 있습니다. 거기 상담실에는 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이들과 여러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들어주고 싶지만, 그 모든 언어로 말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소' 밖에는 없습니다. 그것은 친절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미안함의 표현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을 전달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입으로 소리를 내뱉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말이 되기 위해서는 '지향성'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말에는 지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명령이 아닌, '친근함'입니다. 이 친근함은 상대방의 귀를 열어줍니다. 그리고 다른 언어로 말하더라도 상대방은 알아듣습니다. 거짓말 같죠? 하지만 우리의 마음과 생각은 전달됩니다.
우리는 내 소리가 전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방에게 가지는 마음이 좋은 마음인지 걱정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걱정해서 하는 충고와 상대방을 무시하며 하는 충고를 우리는 구별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한 할아버지가 소리를 치며, '너 한국말도 못 하면서 여기에서 왜 살아?'라고 말씀하시며 한 외국인을 나무라는 모습을 봤습니다. 외국인은 급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만약, 할아버지가 '한국말을 잘 못하는구나,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다면, 할아버지의 마음이 그 외국인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군요. 길을 가다 보면 외국인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가 되었다는 걸 실감합니다. 그래서 외국인을 외모나 피부색만 보고 성급히 판다하거나 차별을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을 고려하여 신부님께서 한 말씀 해주세요.
▶좋은 질문입니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왜 왔니?’라는 노래를 부르며 놀았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이 질문에 상대방은 꽃을 찾으러 왔다고 대답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때는 목적이 있습니다. 요즘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합니다. 그들의 목적은 여러 가지일 겁니다. 관광을 오기도 하고, 일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환대받고, 또 어떤 이들은 성경 속의 라자로처럼 차별을 받습니다.
그런데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습니다. 이런 넘을 수 없는 간격은 또 다른 갈등과 단절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이유로 그들을 배척하고 있지는 않은 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런 간격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환대하는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죠.
사회의 불균형과 무관심은 다양성을 잃게 만들고, 폭력과 갈등으로 많은 이들을 불행으로 몰아넣습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많은 이들이 가진 소중한 가치와 능력들은 우리 사회 안에 모든 이들을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보물입니다. 우리 집에 온 이유를 물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 집에서 같이 살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낮은 출산율과 초고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미 많은 이주민들은 우리 사회의 작은 모퉁잇돌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 모퉁잇돌이 빠진다면 아름답게 건설하고 있는 하느님 나라의 도성은 무너질 지도 모릅니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우리는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미래는 바로 오늘입니다.
이제는 ‘우리 집에 왜 왔니?’라는 이 질문이 갈등을 만들어내는 질문이 아니라,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사랑과 관심의 질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초에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이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합니다. 그분들이 입국한 1주일 뒤인 8월 13일에 주한필리핀대사관 협조로 역삼동 교육시설에서 함께 첫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100명 중 70여 명이 가톨릭신자였습니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통해 입국하여 9월 3일부터 한국 가정에서의 활동에 들어갔는데, 교회에서도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방향과 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적 추세를 비춰볼 때 앞으로 필리핀을 비롯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70퍼센트가 신자인 이번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공장 등 산업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달리 한국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요구되는 ‘가정’에서 일한다는 점도 맞춤형 사목이 더욱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4주간 교육만으로는 그분들이 문화가 다른 한국인 자녀를 돌보고 부모와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초기엔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텐데, 저희 이주사목위의 사목 시스템 안에서 앞으로 이들을 정서적, 영적으로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선 그 한 가지 예로서 가사관리사들이 신앙생활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영어 미사가 있는 서울 시내 본당들을 소개하고, 한국어가 서툰 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본당도 안내할 예정입니다.
▷요즘 이주민을 위해 특별히 하고 계신 일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네, 교황님의 제110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담화를 보셨겠지만, 사실 오는 9월 29일 명동성당 마당에서 개최할 ‘이주민과 난민의 날’ 행사 준비로 꽤 바쁩니다. 저희 이주사목위의 년 중 가장 큰 행사라고도 할 수 있지요.(웃음)
▷매년 개최되는 행사인가요?
▶네. 우리 교회는 1914년에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이 제정된 이래, 한결같이 온교회의 신자들에게 이주민들을 위하여 기도하자고 당부해 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과 함께 걸어가십니다”는 오는 9월 29일에 열리는 제110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에 사용될 주제입니다.
▷그럼, 참고로 작년 행사는 어땠나요?
▶작년 '제109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주제는 ‘이주할지 또는 머무를지 선택할 자유’였으며 9월 24일(일)에 기념행사를 가졌습니다.
현대 사회 안에서 이주는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이루어지며,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채워주는 순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이주하여 먼 타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생활하며 그 사회에 필요한 부분들을 훌륭히 채우고 있습니다. 그 반면에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강제 이주'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안에서 삶의 자리를 잃고 내쫓겨야만 하는 많은 이를 위하여 교회는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며, 하느님 모습을 닮은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협력하여야 합니다.
특히 작년에 행사를 치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항상 이주에 대해서 생각하면서도 ‘머무를 자유’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나라에서 모국어를 사용하며, 안정적 노동을 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열악한 환경 안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이주를 선택합니다.
현대 이주 문제의 가장 근본에는 인간 존엄성의 상실에 있습니다. 특별히 ‘선택할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 근본 문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이주민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이런 문제들은 스며들어 있고, 우리도 이주민들과 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더욱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끝으로 하실 말씀이 계시면 얘기해주세요.
▶이주사목위원회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한편으로는 임금 체불과 산재 사고의 피해자, 미혼모 등 어려움에 처한 이주민과 난민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이주민들이 한국 땅에서 받고 있는 두려움과 상처가 아주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다가갈수록 마음이 힘들기도 하지만,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예수님께서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라고 하신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예수님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셨습니다. 눈앞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다른 곳에도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자기와 함께해줄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동반자들을 만들기 위해 당신의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을 이끄셨습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주민들의 어려운 처지와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기가 힘듭니다. 각 본당에서 이주민을 돌보는 데 동반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기도 합니다. 그분께서 수확할 좋은 일꾼들을 많이 보내주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에게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각자의 능력과 권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모습, 그리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능력과 권한을 나누어 조화를 이루려 노력할 때 하느님의 더 좋은 선물을 만들어냅니다. 복음의 사도들도 때로 다투고 화해하며 어려운 길을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니고, 각자가 가진 다양성 덕분에 기쁜 소식을 끝까지 함께 전할 수 있었습니다.
오로지 많은 분들이 제가 하고 있는 일의 후원자가 되어주시기를 간곡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매일 동반할 ‘일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부님, 더운 날씨에 오랜 시간 좋은 말씀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5. 다문화 사회에서의 조화로운 삶을 생각하며

♣다문화가족에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는 2003년에 ‘혼혈아’ 또는 ‘국제결혼’이라는 차별적 용어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다문화가족이라면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족만을 뜻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화가 확산하면서 다문화가족의 범위도 넓어졌다. 즉 외국인 근로자 가족과 외국인 근로자 단독 또는 동료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도 다문화가족으로 그 개념이 확대 되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최초 다문화가족은 가야국 시조인 김수로왕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왕비는 인도 출신 허황옥이었다. 그 후,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 가족(부인 오스티리아 국적), 그리고 작곡가 안익태 가족(부인 스페인 국적) 등도 다문화가족이었다. 최근에는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이 너무 많아져서 이제 외모로만 국적을 판단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5년마다 인구주택 총조사를 시행하고, 성씨는 15년마다 조사한다. 그런데 성씨가 2000년 728개에서 2015년에는 5,582개로 무려 여덟 배나 증가했다. 외국인의 귀화로 인한 성씨의 급증인데, 이제 우리나라도 순혈주의만 고집할 수는 없게 되었다.
한편 2023년 7월 현재,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은 약 245만 명이다. 2019년에는 290만 명까지 증가했는데 코로나 펜데믹 영향으로 다소 감소한 숫자다. 경상북도 인구가 약 263만 명이라니 그만큼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체류 국적별 외국인은 중국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베트남, 태국, 미국,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필리핀 등 순이다. 외국인 비율이 5% 이상이면 다문화 사회라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가족을 거쳐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
(출처 : ‘공공데이터포탈’ 사이트 & 법무부 결혼이민자 월별, 지역별 거주 현황 자료 & 미래와 소통 심미티스토리 참조)

♣다문화 사회의 문제점과 대책
칸트는 1795년에 <영원한 평화를 위해>라는 책을 집필했다. 책의 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인권은 보편적이다. 결국 누군가의 인권이 침해당한다는 건, 나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칸트가 이 말을 한 지도 거의 230여 년의 시간이 흘러갔지만 아직도 인권을 침해하는 다양한 차별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14세기 중반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고 갔던 흑사병이 유럽 전체에 퍼지는 데는 7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염병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 달도 걸리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지난 2020년 발생한 코로나의 확산 속도로 세계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경험했다. 그만큼 여러 교통수단의 발달로 교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이동과 거주의 자유로 ‘지구촌’이랴는 거대한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외모와 독특한 문화 때문에 차별받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서는 안 되겠다.
다문화 사회가 되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 예로서, 이미 다문화 사회가 된 한국은 이주노동자들의 유입과 국제결혼으로 이들 다문화가족에서 출생하는 자녀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은 계속해서 증가하여 미래에는 다문화가족 수도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중에는 긍정적 변화도 있을 것이고 부정적 변화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 다문화가족을 통하여 다문화 사회를 이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국가기관에서만 예방하고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나 지자체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교회도 이주민의 문제에 대해 우리 모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끝으로 이주사목위원회 유상혁 세례자요한 신부님이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에서 하신 강론 말씀으로 이 보고서를 마칩니다.

‘이주배경 아이들을 위하여’ 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나라에서 여러 억압과 폭력을 피해 온 사람들은 자녀를 낳아도 대사관에 갈 수 없습니다. 또 다른 경우에는 여러 이유 때문에 출생 신고를 위한 부정한 돈이 들기 때문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미등록 또는 무국적 아이들이 약 2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어딘가에 속해 아이들의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세상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행복한 마음 안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국적이 아니라 출생 등록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배려할 수 있기를 청해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회적 혼란을 키우고 있는지 모릅니다. 서로 사랑하며 미래를 위한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설명>
1. 이주사목위원회 간판이 보인다(4층 입주)
2. 현관의 성 요셉과 이점홍 두 조각상
3. 성 요셉 조각상
4. 이점홍(골롬바) 흉상
5. 이점홍 조각상 건립 기념 글
천주교노동사목회관

천주교노동사목회관

노동사목회관 현관

노동사목회관 현관

성 요셉 조각상

성 요셉 조각상

이점홍(골롬바) 흉상

이점홍(골롬바) 흉상

이점홍 조각상 건립 기념 글

이점홍 조각상 건립 기념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