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끼 #141] 〈1986년 용문중학교 졸업앨범〉세 가지 이야기
작성자 김지훈
1. 용문중학교 제36회 졸업기념

내일 11월 19일은 성북구 안암동2가에 위치한 사립중학교인 용문중학교(龍文中學校)의 개교일입니다. 1946년 11월 19일 성도(城都)중학교로 시작하여, 6·25전쟁 중인 1951년 3월에 제1회 졸업생 13명을 배출했습니다. 1964년 4월 창신동 교사에서 안암동 교사로 이전하였고, 1970년에 지금의 교명인 용문중학교로 변경했습니다. 2016년 개교 70주년 기념행사를 하는 등 지금까지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는 명문(名門)중학교입니다. 이번 금도끼 주제로 용문중학교를 선정한 이유는 작년에 개최한‘제1회 성북구 민간기록물 수집 공모전’에 출품된 1986학년도 제36회 용문중학교 졸업기념 앨범 때문입니다. 꽤 오래된 졸업앨범이지만 지금까지도 인쇄상태와 종이가 흠이 없고 아주 온전했습니다. 공모전 심사를 위해서 앨범 내지를 스캔하면서 흥미로운 사진을 발견했었습니다. 앨범 도입부에는 1980년대를 관통하는 다양한 장면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번 금도끼에서는 세 가지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2. 해촌기념관 개관식

1986년 5월 26일에 열린 해촌(海村)기념관 개관식 사진이 다양하게 실려 있습니다. 해촌기념관은 1966년부터 1980년까지 이사장을 역임한 해촌(海村) 김용주(金龍周) 선생의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서 건립한 것입니다. 용문중학교와 체육관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상당히 큰 강당입니다. 사진에는 축사 및 행사사진이 있는데, 제 눈길을 끄는 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개관기념 탈춤공연’장면입니다. 사진을 통해서 어떤 탈춤인지 추정이 가능한데요, 왜냐하면 사자가 등장하는 탈춤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자탈 모습이 또렷하게 찍혀 있고 사자 뒤에서 뛰어노는 등장인물도 한명입니다. 추정컨대 국가무형문화재 봉산탈춤의 제5과장 사자춤의 한 장면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제5과장 사자춤은 사자 두마리와 마부 한명이 함께 타령장단과 굿거리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내용입니다. 사진에는 마부 한명과 사자 한마리가 보이지만, 옆쪽에 다른 사자도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행사 당시에 봉산탈춤의 일곱 과장을 모두 연행했는지, 아니면 짧은 공연으로 사자춤만 연행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봉산탈춤(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아카이브)

봉산탈춤(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아카이브)

3. 금강산댐 건설 규탄궐기대회

다음으로 소개할 내용은 ‘금강산댐 건설 규탄궐기대회의 열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3장의 사진입니다. 학생 두명이 연단에서 오른손을 힘차게 뻗고 있는 모습, 학생이 연단에서 무엇인가 낭독하는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강산댐 건설 일화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때는 1986년 10월 30일, 우리정부는 북한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금강산 근처에 금강산댐을 지은 후 터트려서 200억톤 규모의 수공(水功)을 하려 한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63빌딩 중간부(20층 높이)까지 물이 차는 모형이 공개되자 우리나라는 그대로 공포에 휩싸였고, 이후 금강산댐 건설 규탄대회 국민성금과 정부 예산 등을 조달하여 평화의 댐을 지어 1988년 1차 완공이 이루어졌습니다.(평화의 댐 효과 자체에 대해선 이견이 있습니다.) 이후 김영삼 대통령의 집권기에 특별감사를 통해서 당시 장세동 국가안전기획부장의 주도하에 금강산댐의 스펙이 과장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여기까지가 금강산댐 건설 규탄대회 이야기의 전모입니다. 전국적으로 일어난 규탄대회 영상을 보면 당시의 극심한 공포와 함께 용문중학교의 규탄궐기대회가 열린 상황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금강산댐 건설 규탄대회 영상은 비디오 플랫폼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4. 즐거운 소풍

마지막으로 소개할 내용은 조선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神德王后)의 능인 정릉(貞陵)으로 소풍 간 사진입니다. 3학년 1반부터 9반까지 9개 학급이 능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사진에는 정릉이라는 언급은 없습니다. 이 역시도 사진을 바탕으로 추정해보았는데요, 대개 소풍은 멀리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성북구내로 한정한다면 왕릉은 정릉과 의릉(懿陵)으로 좁혀집니다. 능역(陵域)의 형태와 3학년1반, 3학년2반 배경에 보이는 정자각(丁字閣)의 모습은 여지없이 정릉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다른 학급의 배경에 보이는 건축물은 비각(碑閣)인데, 현재 비각 옆에 세워진 수복방(守僕房)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처음 봤을 때는 이곳이 정말 정릉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능역의 형태와 정자각의 모습은 정릉이 확실하기에, 정릉의 연혁을 살펴보았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발간자료에 의하면, 지금 볼 수 있는 수복방은 소실되어 없던 건물을 1998년에 복원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1986년 당시에는 정자각과 비각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남게 되었던 것이죠.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용문중 제36회 졸업앨범

지금까지 1986년 용문중학교 제36회 졸업기념 앨범에 수록된 사진을 토대로 몇 가지 이야깃거리를 작성해보았습니다. 당대에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들이 2022년을 살아가는 현재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사진뿐만 아니라, 앨범에 실린 여러 장면들은 1980년대의 문화(文化)를 지속과 변화라는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한정된 지면으로 인해 깊이 있는 해석보다는 단순한 해설에 그쳤는데요, 다른 지면을 통해 소개하지 못한 앨범사진들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제36회 용문중학교 졸업앨범 사진은 성북마을아카이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사진이 궁금하시다면, 성북마을아카이브를 확인해주세요. (https://archive.sb.go.kr/)



참고문헌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원폭보다 센 수공? 금강산댐 공포사기극 전말, 프레시안, 2017.1.23.
[최보식 칼럼]평화의 댐 사기극과 진실, 조선일보, 2011.7.7.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예술사전.
금강산댐 및 평화의댐 관련영상, 유튜브(youtube.com).
국가무형문화재 봉산탈춤보존회 홈페이지.
성북마을아카이브.
용문중학교 홈페이지.
조선왕릉종합학술조사보고서1, 국립문화재연구소, 2009.
용문중고등학교 정문

용문중고등학교 정문

관련 마을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