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문화원은 약 10여 년 전, 향토사연구팀을 신설하여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5년 전 팀의 이름을 성북학연구팀으로 바꾸고 보다 폭 넓은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지역학은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각 지역에서 연구되고, 또 연구하고 있는 학문입니다. 그만큼 지역학의 정의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전부터 많은 지역에서는 각 지역의 이름을 단 ‘ㅇㅇ학’ 연구가 활발히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지역학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지역학의 정의가 무엇인지, 범위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각 분야에서 지역학이 어떠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성북문화원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러한 지역학의 일환으로 많은 연구자를 모시고 ‘성북학 학술회의’를 개최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언제나 지역학이란 무엇일까? 라는 근본적인 의문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의문을 해소해보고자 이번 학술회의를 마련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역학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자 했습니다. 이번주 금도끼에서는 제4회 성북학 학술회의 ‘지역학의 현황과 과제’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보다 많은 분들에게 학술회의에서 논의된 소중한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소주제 섹션1. 지역 박물관과 도서관의 역할 소주제의 첫 번째 섹션 ‘지역 박물관과 도서관의 역할’에서는 일선 박물관과 도서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학을 다루고 있는 분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먼저 성북선잠박물관의 전서령 학예사가 ‘지역 공립박물관으로서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전서령 학예사는 박물관이 갖는 역할과 기능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지적하며 “지역 사회의 대표적인 문화기관으로서 요구되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위하여 성북구 최초의 공립박물관이자 지역박물관인 선잠박물관이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었습니다. 두 번째로 성북문화재단의 김주영 도서관기획팀장이 ‘축적의 시간을 잇는 도서관’을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여기에서는 ‘인물’, ‘삶’, ‘성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두고 이들을 과거에서 현재로 차곡차곡 쌓으며 이어가고 있는, 그리고 연결하고 있는 성북 지역 도서관의 작업들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고려대학교 박물관의 배성환 학예부장이 ‘지역사회 속에서 본 고려대학교 박물관’을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대학의 박물관은 일반적인 공립 박물관이나 사립 박물관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부분을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대학 박물관 특성상 지역 사회와의 연계가 어렵다는 현실 또한 알려주었습니다. 세 기관 모두 저마다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내 다른 기관과의 교류와 협력이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이후 동덕여자대학교 박물관의 김고은 학예사와 한성대학교 변제연 강사가 참여하여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먼저 김고은 학예사는 각 기관의 사례 중심의 발표가 인상 깊었고 저마다의 노력이 대단하다고 칭찬하며, 지역학은 학문의 일종으로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지기 마련이니 이를 남기기 위하여 노력하는 지역의 박물관과 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나아가 대학 박물관은 지역학 속에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며 이후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하였습니다. 변제연 강사는 특히 과거의 기록을 현재로 이어오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고, 뜻깊게 여겨진다 밝히며 향후 박물관과 도서관 사이의 연계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하였습니다.
*소주제 섹션2. 사회적 경제와 성북 소주제의 두 번째 섹션 ‘사회적 경제와 성북’에서는 성북구의 사회적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성북구에는 많은 사회적 기업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우리 지역과 마을을 기반으로 둔 사회적 기업도 많습니다. 지역학이 사회적 기업에서도 중요한 동력으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사회적 경제와 성북’의 첫 번째 발표는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의 유창원 센터장이 ‘성북구 사회적 경제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해주었습니다. 이를 통하여 현재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관련 기조의 급격한 변화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현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북구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고 하며, “다만 질적 성장으로의 정책 전환은 필요한 실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발표는 ‘사회적 기업의 책임 – 사회적 가치실현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사회적기업 슈필렌의 송현우 대표가 발표해주었습니다. 우리 지역의 사회적 기업 슈필렌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성장하였으며 어떠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우리 지역의 슈필렌이라는 사회적 기업이 성장해 온 역사를 확인함과 동시에 사회적 기업이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되는 발표였습니다. 세 번째로는 369마을사회적협동조합 이상훈 이사장이 ‘369성곽마을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발표해주었습니다. 주거환경관리사업에서 시작하여 이후 369마을사회적협동조합이 조직되어 369마을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기까지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369마을사회적협동조합은 369마을의 주민들이 중심으로 하여, 마을이 지역 내에서 갖는 커뮤니티적 역할뿐만 아니라 탐방 프로그램 운영, 지역자원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 마을기반 예술활동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러한 로컬 비즈니스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과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서울도시재생지원센터의 최형선 사무처장과 성북구협동조합협의회 허현주 부회장가 참여하여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먼저 최형선 사무처장은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를 함께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사회적 기업이 가치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앞으로 더 해야할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어서 허현주 부회장은 성북구 사회적 경제가 내년에도 많은 지원과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특히 협동조합 등이 어려움이 많으니 이러한 부분을 함께 연대하여 타파할 방안을 이야기하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소주제 섹션3. 혁신교육지구와 지역학 소주제의 세 번째 섹션 ‘혁신교육지구와 지역학’에서는 일선 교육현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학을 마주하고 활용하고 있는 교육기관의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가재울초등학교의 조대진 교감이 ‘서울형혁신교육지구와 지역학’을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조대진 교감은 남부교육지원청 재직시절 ‘마을교과서’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는데, 이 마을교과서가 학생들로 하여금 지역공동체 속의 학교를 실현하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우리 지역에 대하여 어떤 느낌을 갖게 할 것인가, 즉 장소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위하여 마을교과서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두 번째 발표는 월곡초등학교의 김경수 교사가 해주었습니다. 주제는 ‘초등교육현장에서의 지역학’입니다. 김경수 교사는 매년 학교교육과정이 구성되는 과정을 알려주면서, 여기에 지역학이 어떻게 반영되고 이용되는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나아가 일선 초등학교에서 지역학을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와 노력 등을 알려줌과 동시에 갖고 있는 한계와 어려움을 이야기해주어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 ‘지역이 속삭이다-중등교육현장에서의 지역학’을 주제로 한민고등학교 김형태 진로전담교사가 발표하였습니다. 김형태 교사는 진로전담교사로서 지역학을 활용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역사나 특색을 교육과정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함과 동시에 지역학의 활용도 중요하지만 지역학, 그리고 지역학 생산주체도 이를 활용하고 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교육현장에서 더 적극적인 활용이 가능하고, 학생들의 주도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어서 성북강북교육지원청의 정재은 장학사와 한성여자고등학교의 김태빈 교사가 토론자로 참여하여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정재은 장학사는 오늘 발표를 통해서 전체적인 혁신교육지구와 학교 현장, 학생에게 다가가는 현장의 모습을 잘 알려준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선 학교에서 예산 관련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논의가 필요하고 특히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인가 고민이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성여자고등학교의 김태빈 교사는 오늘 발표에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고 밝히며, 현장에 있는 교사 입장에서 지역학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 지역학과 현장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지역과 현장의 연결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생각해보자 제안하였습니다.
*제2부 ‘학문의 관점에서 본 지역학’ 제1부 ‘지역학의 현장’의 세 가지 섹션에 이어 오후에는 제2부 ‘학문의 관점에서 본 지역학’이라는 대주제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시작에 앞서 고려대학교 박물관의 송양섭 관장이 인사말로 “지역학에 관하여 논의하는 자리를 고려대학교에서 개최하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고 밝히며, 이번 학술회의가 동력이 되어 성북 지역의 기관들이 함께 교류하는 장이 지속적으로 열리길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제2부 첫 번째 발표는 ‘역사의 관점에서 본 지역학의 위치와 미래’라는 주제로 서울시사편찬위원회 나각순 위원이 하였습니다. 나각순 위원은 지역학의 연구 기준과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성북구의 경우 지역성을 넘어 시와 국가 차원의 보편적 관계성을 갖는 지역학의 범주를 설정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를 위하여 성북 지역에 있는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문화콘텐츠를 발굴・활용하고 여기에 지역 주민, 교육기관, 행정기관 등의 참여를 통하여 민・관・학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다음으로는 서울사이버대학교 웹문예창작학과 김준현 교수가 ‘문학 연구의 관점에서 본 지역학’을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현재 ‘지역학’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문학에서 지역・공간에 관하여 축적된 연구 성과가 충분히 공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밝혔습니다. 그러나 ‘문학’과 ‘지역학’의 연결은 지역학의 관점뿐만 아니라 문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확장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나아가 ‘지역 문학’의 범위를 ‘지역 출신 문학’에서 ‘지역에 대한 문학’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즉, ‘성북에 대한 대중의 심상지리 형성과 확대에 기여한 작가와 작품’ 또한 ‘성북문학’으로 정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러한 작가들의 상호 교류 양상을 살펴보는 것도 이후의 과제로 삼아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문인들의 삶을 규명하는 차원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세 번째는 성북구청 한재헌 기획재정국장이 ‘삶의 흔적을 잇는 도시, 성북’을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지역의 공무원이 행정 현장에서 지역학을 어떻게 바라보며 인식하고 있는지 이야기함과 동시에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의 소멸・양극화 등 다가올 미래위기를 극복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의 지역학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역학이 공동체의 주체적 참여를 유도함과 동시에 ‘공공의 실천적 지역학’을 지향점을 두고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하여 지역학에 기반한 ‘성북마을아카이브’의 기능을 보다 강화하고, 개방과 협업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학의 경계와 확장’을 주제로 성북문화원 박수진 부장이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발표는 성북 지역의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지역학의 공간적・학제적 한계를 지적하며 이러한 지역학이 한계를 넘기 위하여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장 먼저 지역학 연구에서 주어진 과제로는 지역학의 필요성과 학문으로서 지역학의 존립여부라고 밝히며, 지역학 연구는 지방분권시대에 발맞추어 당위를 갖는 학문이고 하나의 현상이 되었으므로 지역학 전문 연구기관을 두고 지역학을 조망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네 가지 발표가 끝난 이후에는 한성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트랙 이재석 교수의 진행으로 성북문화원 강성봉 사무국장, 동국대학교 문화학술원 이승호 교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엄태웅 교수가 참여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토론에서는 지역학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와 문제점, 한계에 대하여 논의함과 동시에, 향후 지역학 연구가 지속 되어야함을 역설하며 이를 위하여 지역의 많은 연구자뿐만 아니라 주민, 각 기관 등의 교류가 필수적이라 주장하였습니다.
이렇게 이른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진행된 제4회 성북학 학술회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논의의 장을 통하여 지역학의 정의부터 가져야 할 방향을 확인함과 동시에 지역학이 연구・활용되는 다양한 양태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역학을 실체적 형태로 구현한 것이 성북마을아카이브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지역학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호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역과 관련하여 행하는 모든 것이 곧 지역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역과 관련하여 행하는 모든 것이,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면 그것이 지역학이 아닐까요? 이번 제4회 성북학 학술회의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성북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하여 자료집을, 지역학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성북마을아카이브 홈페이지에서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