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끼 #201] 나무로 조각된 탱화, 경국사 목각탱
작성자 박유진
경국사 일주문 (출처: 성북마을아카이브)

경국사 일주문 (출처: 성북마을아카이브)

성북구에는 미타사, 보문사, 흥천사, 개운사, 봉국사, 경국사와 같은 많은 전통사찰이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다양한 불교 유물이 성북구 안에 위치해 있기도 하죠. 여러분은 불교와 관련된 유물로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시나요? 탑이나 불상, 경전에서부터 비롯하여 여러 종류가 있지만 탱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경국사 신중도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경국사 신중도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탱화란 부처의 가르침과 불교적 세계관을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하여 신도들의 불심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는 종교 예술품입니다. 절에 가면 불상 뒤에 그려진 탱화와 만날 수 있습니다. 벽을 가득 채우기도 하는 그림들은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한편 장엄한 분위기까지 연출하곤 합니다. 하지만 평면이 아닌 입체로 표현된 탱화는 쉽게 본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조선 후기에 등장한 소위 ‘목각탱’은 국내에 몇 점 남아있지 않은 유형의 작품입니다. 특히 국보·보물로 지정된 건 6점뿐인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성북구의 경국사에 있습니다. 오늘의 금도끼에서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되어있는 ‘경국사 목각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경국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경국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경국사 목각탱의 정확한 명칭은 ‘경국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慶國寺 木刻阿彌陀如來說法像)’입니다. 경국사 극락보전에 모셔져 있는 이 작품은 가로 177cm, 세로 176cm의 작지 않은 크기로, 극락보전에 채 들어서기도 전부터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각형에 가까운 넓적한 얼굴에 가늘고 긴 눈, 넓적하고 평평한 코와 같이 양감이 결여된 아미타불의 모습에서 형식화가 정착된 조선 후기 불상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국사 목각탱은 중앙의 아미타불과 함께 13구의 불상과 보살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질서정연하게 인물이 배치된 보통의 목각탱과 다르게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권속들이 둥글게 둘러싼 구도가 경국사 목각탱의 특징입니다.

불교의 사천왕은 부처님을 호위하고 사찰을 수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절에 가면 입구 근처에서 종종 사천왕상을 찾아볼 수 있고요. 경국사 목각탱에서도 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각 모서리에 있는 인물들이 바로 사천왕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이는 목각탱에는 네 귀퉁이에 사천왕이 서 있지 않습니다. 왼쪽과 오른쪽 하단에만 남방증장천왕(南方增長天王)과 동방지국천왕(東方持國天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서방과 북방의 천왕은 어디에 있을까요?
동방지국천왕(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동방지국천왕(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서방광목천왕의 명패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서방광목천왕의 명패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위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서리 쪽에 붉은 네모 안에 금색으로 이름이 적힌 명패가 있습니다. 각각 서방광목천왕(西方廣目天王), 북방비사문천왕(北方毘沙門天王)이라고 쓰인 명패가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비록 명패를 제외하고는 두 명만 자리하고 있지만 늠름한 모습으로 보살님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천왕을 이름으로 대신한 것은 매우 드문 예입니다. 앞서, 아미타불을 둘러싼 생동감 있는 구도가 경국사 목각탱의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구도는 다른 목각탱들과 달리 권속들을 엇갈려 배치했기 때문에 가능한데요, 그 이유로 사천왕을 다 새길 곳이 없어 명패의 이름으로 천왕을 제시한 것입니다.
경국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경국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경국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의 제작 시기에 대해서는 17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여러 가지 의견이 있어 왔지만, 현재는 1684년에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단응·탁밀 등의 스님이 제작에 참여한 경국사의 목각탱은 당시 아미타신앙의 양상뿐만 아니라 승려 장인들의 활동까지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미타신앙은 아무런 괴로움이 없고 기쁨과 즐거움, 편안함만이 있는 서쪽의 극락정토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신앙의 한 종류입니다. 바라보고 있으면 아름다움을 넘어 속이 고요해지는 것도 경국사 목각탱을 만든 스님들의 마음이 담겼기 때문일까 생각해 보며 오늘의 금도끼를 마치겠습니다.



참고문헌
- 성북구청, 『성북, 지붕 없는 박물관』, 2022
- 문화재청, 『문화재대관 보물 불교조각Ⅱ』, 2016
- 한길중, 「조선후기 목각설법상 연구」, 『불교미술사학』 Vol.29, 2020, 143-180쪽
- 조계사보 칼럼, 정은우, “정릉 경국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 2023.04.24., https://www.jogyesa.kr/board/column/board_view.php?search_category=2&search_forward=%EC%A0%95%EC%9D%80%EC%9A%B0%EC%9D%98%20%EC%9A%B0%EB%A6%AC%20%EA%B3%81%EC%97%90%20%EC%98%A4%EC%8B%A0%20%EB%B6%80%EC%B2%98%EB%8B%98&page=1&num=6686
- 성북마을아카이브 (https://archive.sb.go.kr/)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https://www.heritag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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