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목조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국보 제1호 숭례문이 화마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 참사는 정부의 안일한 문화재 관리 의식과 태만이 빚은 결과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문화재관리 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점검과 방화뿐만 아니라 도난, 훼손 등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문화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보다 새로운 관점에서 우리 문화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보존관리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만해 한용운 선사는 민족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요 불교사상가이다. 그가 말년을 살았던 서울 성북동의 심우장은 민족의식을 고취시킨 문화재로서의 소중한 가치가 있음에도 지금까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해 왔다. 사실상 지금까지 만해 선사에 대한 수많은 연구는 주로 그의 문학적인 측면에 집중되어 왔다. 만해 선사가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게 되는 것이 싫어 북향으로 집을 지어 생을 마감한 곳이 심우장이다. 다시 말해 우리 민족 주체성 회복의 공간이요, 자존의 역사적인 의미가 내재된 공간이 심우장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심우장의 그 기능을 오늘날의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민족문화 창달의 공원으로 거듭나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간 심우장이 우리의 민족사에 있어 귀중한 문화재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우리의 관심 밖에 있어 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심우장이 단순한 문화유산의 한 부분일 뿐 우리의 내면세계를 움직이는 문화역량으로 살아 움직이지 못해 왔음을 반증해 준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올곧은 정신으로 자유와 평등사상, 그리고 생명사랑을 실천한 만해 선사의 생애와 불교사적 위치, 민족정신 고취의 공간으로서의 심우장의 의의와 현재의 보존관리 상황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향후 심우장의 보존관리방안과 그것의 성역화 사업을 통한 우리의 문화 창달의 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