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절은 사찰은 그리 크지 않지만 눈에 띄는 마애불이 있다. 계단을 올라 입구를 지나면 작은 규모의 대웅전이 있고, 그 뒤에 미륵불이 숨어있다. 보타사의 전각들이 비교적 규모가 작은 것에 비해 미륵불의 크기는 매우 크다. 앉아 있는 부처이지만 그 높이가 5미터나 된다. 이 커다란 불상은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기도 지역에서 조성되었던 고려 후기 마애불상 중의 하나이다.
마애불상의 왼편으로 ‘나무금강회상불보살南無金剛會上佛菩薩’ 등이 적힌 원패願牌 모양의 장식이 새겨져 있다. 원패는 원래 부처ㆍ보살의 이름을 적어 불단 위에 놓는 목재 장식물로 마애불상 옆에 새겨져 있는 점이 흥미롭다. 원패는 시대마다 유행되는 문양이 다른데 이 마애불의 원패처럼 연꽃 받침과 연잎이 장식된 직사각형 형태는 고려시대 사경寫經의 표지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큰 바위에 부조로 새겨진 이 마애불상은 몸 전체에 호분胡粉이 칠해져 있어서 흔히 ‘백불白佛’이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으로 백불은 옷자락 사이로 주름들이 형식적으로 흘러내린 점, 갸름하면서도 약간 살이 붙은 얼굴 등에서 양식적으로 거의 유사한 점을 보여준다. 보타사 마애보살상이 새겨진 바위면은 보도각의 마애보살상보다 더 굴곡져 있는데 고개를 약간 숙인 얼굴이나 신체의 부드러운 선들은 바위 면을 그대로 이용한 듯 보인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보타사 마애보살좌상普陀寺 磨崖菩薩坐像은 2014년 7월 2일 보물 제1828호로 지정되었다.
박수진, 백외준, 민문기, 김영미, 최호진, 최보민, 고종성, 김민성, 2017,
보문동∙안암동, 237-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