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동은 영화 〈아리랑〉의 로케 장소였다. 당시 기와집 한 채와 초가집 십여 채가 있는 산 중 골짜기가 배경이 되었다. 성 밖이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동대문까지는 전차를 타고 올 수 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순전히 20리쯤 걸어야 촬영장에 다다를 수 있었다. 1926년 4월 어느 날 첫 촬영이 있었을 때는 수백 명의 엑스트라와 스탭들이 동대문에 모여 안암동까지 긴 행진을 시작했다. 단, 예외는 있었다. 여주인공은 신일선은 감독의 특별한 배려로 인력거를 타고 안암동 촬영장까지 갔었다고 한다. 영화 속 아리랑고개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 지금의 안암동 어디인지는 확정할 수 없다. 다만 작은 마을 옆으로 난 나지막한 고갯길이 있는 곳 어디쯤 아니었을까?
박수진, 백외준, 민문기, 김영미, 최호진, 최보민, 고종성, 김민성, 2017,
보문동∙안암동, 2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