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 도시都市는 꽃밭이 된다
빌딩들은 창가에 등불을 내어 걸고
거리엔 택시와 사람들이
고기떼처럼 흘러나린다
방안에 등불을 켜고 늦은 저녁을 먹는다
우두커니 앉아 담배를 피워 문다
창밖엔 밤이 내려 춥고 어두운데
북악산北岳山 위에 방향등方向燈하나
보이지 않는 허상虛像의 거리를 비치고 있다.
화자는 도시가 사막과 같은 곳이라 표현한다. 해가 지고 도시는 꽃밭이 되어 택시와 사람들은 고기떼처럼 흘러나오지만 어두운 밤 북악산엔 방향등 하나가 허상의 거리를 비출뿐 이다. 화자는 등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 우리 모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정지된 시간 속으로 가기 위해 괴로운 일력을 한 장씩 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한다. 여기서 발췌한 2연에서는 김광균이 자신의 집에서 본 북악산의 밤 풍경이 잘 묘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