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 시장 어귀
매일 아침 파를 다듬는
할머니가 길 모퉁이에 있었다 일 년 내내
고개를 들지도 않고
파를 다듬는 할머니는
오직 파를 다듬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매일 아침
채소 가게 어귀에 나와 앉아
머리가 하얀
파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한번도 고개를 들어 행인을 보지 않고
언제나 구부린 자세로
파를 다듬기만 하던 할머니가
어느 날,
꽃샘바람 지나가는
시장 어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 다듬은 파처럼 단정하게 머리칼을
흙 묻은 손으로 쓸어올리는
파 할머니 얼굴에서 흘낏
돌보다 강인한
우리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다
돈암동 시장을 자주 지나다니는 시인은 시장 어귀에서 파를 다듬는 할머니 한 분에 주목한다. 일년 내내 언제나 구부린 자세로 있어서 그 얼굴을 보지는 못하였는데 꽃샘추위가 심한 어느날 시인은 파 할머니가 잠깐 고개를 들어 머리칼을 쓸어올리는 모습을 포착하고 돌보다 강인한 어머니의 얼굴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