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간' 이문수 신부님 인터뷰]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젊은이가 질병과 굶주림으로 생명을 잃었다는 기사를 읽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 준비 기간만 6개월이 걸렸고, 메뉴는 김치찌개 한 가지이다. 식당 공간과 북카페 공간을 분리하여 주머니가 가벼운 청년들이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수도회의 도움과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장소를 노량진 고시촌이나 성동구 쪽방촌을 생각했는데,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정릉의 카페를 방문했다가 지금 건물을 보고 마음에 쏙 들었다. 정릉시장 사거리에 있어 위치가 좋고, 해가 잘 드는 곳이어서 밝으며 창문도 많아 개방된 느낌을 준다. 특히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옥상에 올라가면 사방이 트여 공간이 주는 느낌이 무척 좋았다. 옥상 공간을 청년들에게 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서 이곳을 선택했다.
개점 당시엔 국민대학교 학생들이 학교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많이 찾아 왔었고, 그 후로 주변에 사는 청년들도 방문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대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대신에 정릉시장 근처에 사는 청소년들이 꾸준히 찾아온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가격이 저렴하니까 걱정하시는 상인분들이 있었다. 식당을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것은 ‘우리가 좋은 일을 하겠다고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홍보도 안 했고, 입구를 제외하고 간판도 없이 시작했다가 나중에 작은 간판을 달았다. 그저 입소문을 듣고 찾아 오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는 집에서 먹는 밥처럼 가정식 백반을 만들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단품 메뉴로 김치찌개 한 가지만 시작했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과 서빙이나 기타 일을 하는 신부님, 두 사람이 준비할 수 있는 음식은 한 가지였다. 경제적인 이유였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주변의 다른 분들께 피해를 주지 않게 되었다. 메뉴가 다양했다면 정릉시장 가게 손님들을 흡수했을지도 모른다.
옥상을 청년들에게 주고 싶어서 선택했던 장소이므로 올해엔 옥상에 루프탑을 만들 계획이다. 누구나 와 보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청년들이 예쁜 옥상 카페에서 편하게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희망이 있다면 식당을 늘리고 싶다. ‘청년밥상 문간’같은 곳이 없는 사회가 좋은 사회이지만, 현실은 필요하니까 이런 장소가 많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다. 수익을 낼 수 있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일반인들이 하기에는 어렵다. 종교인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점을 낸다면 자주 들여다볼 수 있게 성북구 안에서 마련하고 싶다. 2년 동안 ‘문간’을 운영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은 지역과 관계를 맺고 무언가 기여하는 부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후에 성북구 밖에도 가게를 더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주민기록단 활동보고서(2020. 12. 15. 정릉동 '청년밥상 문간' 촬영) / 주민기록단 구정숙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