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카페>는 2011년 6월 개업하여 불과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카페가 있던 자리에는 2019년 3층짜리 빌라가 들어섰다. 운영 기간은 짧았지만 카페 ‘창업 발기인들’이 특이하여 기록으로 남긴다.
성북동 ‘우정의 공원’ 옆의 숙정문으로 가는 ‘성북로 31가길’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호젓한 곳에 한옥 카페 ‘구로’가 있었다. 커피 맛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커피 마니아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그중에는 특히 화가나 문인들과 같은 예술인들이 많았다. 아래는 소설가인 카페 여주인이 들려준 구로 카페의 창업 히스토리다.
2011년 6월 초, 성북동의 인근 주민들이 함께 만났다. 주부, 커피 제조 전문가(바리스타), 화가, 문학가들이다. 성북동 사람들의 새로운 소통의 창구인 카페 ‘구로(cafe Guro)’가 출범하던 날은 마치 대단한 축제의 날처럼 북적였다.
카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옆집 아주머니들이 사 온 케익, 고암 선생댁의 콩국수, 구로네 안주인의 카레라이스, 그리고 일본인 주민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로 유월의 긴 야밤 파티를 하며 흥겹게 보냈다.
카페 운영을 맡은 50대의 여주인은 어엿한 등단 소설가이다. 또한 바리스타(커피 전문가) 일본인 니쇼지 기이치(당시 76세) 씨는 한국(성북동)에 41년간 거주하며 한국 산요 지사장을 지냈고, 대학로 학림다방에 커피 제조기술을 전수했다고 한다. 한편 전각예술가(새김아티스트) 고암 정병례 화가는 전남 나주 출신으로 구로 카페의 간판을 만들어주었다. 그는 ‘새김아트’라는 현대 예술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우리의 전통 전각의 독창적인 현대화를 이룬 사람이다.
카페 정원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다. 4~5미터 높이의 수직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샘물(지하수)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천연의 연못으로 맑고 찬 물이 늘 넘쳐흘렀다. 한편 상호 ‘구로’는 일본어 ‘くろ[黒]’ 이며 검다는 뜻이다.(사전 : 검정, 검은 옷, 검은 돌). 카페 주인이 개를 좋아하여 커다란 검은 개 여러 마리를 키웠는데 동네 사람들이 그녀를 ‘구로네’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상호도 자연스럽게 ‘구로’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2014년 말, 구로 카페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한동안 폐가처럼 방치돼 있다가 2019년 가을에 그 자리에 3층짜리 빌라가 들어섰다. 다행히 예전에 창고로 썼던 노란색 낡은 건물은 그대로 남아 있어 그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옛 추억에 젖게 한다. ‘구로’가 예전의 모습 그대로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 영원히 남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