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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묵골, 기레미골, 기리물골……
골짝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맑고 고와서 길음吉音이라고 썼단다. 북한산 모과나무 산등성이를 돌아 삼각산 납작집 돌무덤 위로 구름이 한 덩이씩 굴러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그 길음, 속에서 나는 한 여자에게 고백했다.
시의 첫 연이다. 길음동의 옛 명칭을 나열하며 동 명칭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길음동 명칭의 유래는 여러가지가 있다. 골짜기가 길게 놓여 있는 동네라는 뜻으로 ‘기리묵골’또는 ‘기레미골’로 불렀는데, 그것이 한자화하여 길음동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맑고 고와서 좋은 소리가 들리는 동네라는 뜻으로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비가 많이 오면 이 일대가 물이 많이 차고 길이 질다고 하여 ‘기리미골’또는 ‘지리미골’로 불리었다고도 한다. 예전에는 길음동을 거쳐 정릉천과 합류되었던 '인수천'이 있었는데, 지금은 복개되어 도로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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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는 원래 길음이었는데 나중에 송천松泉이 되었다고. 길음 물소리에 취해 자란 커다란 소나무 아래 맑디 맑은 샘이 하나 있다 하여 송천이라고 썼단다.
모두 모두 납작집이던 시절 누군가 지붕 위에 지붕을 해 얹고
누군가 마당 밑에 굴을 파고 굴 아래 다시 굴을 파고
해봐야 결국 물소리나 더 들으려고 그런건 아닐 테고.
강북구 송천동의 동명 유래를 설명하며 '길음'을 언급하였다. 송천동은 길음동과 바로 인접해 있는 곳으로 시인은 미아사거리역 부근, 송천동과 길음동 경계 부근에 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로 변해가는 동네의 모습을 보며 모두 납작집이던 시절 자신의 집에 지붕을 얹고 마당에 굴을 팠던 사람들을 회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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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골목 끝에 골목이 더해지고 그 끝에는 온통 파헤쳐진 길음2재정비촉진구역, 놀라워라 밤새 서로가 서로를 헤집었더니 저 골목 끝에 도시가 사라지고 밑바닥까지 온통 시뻘건 황토였다니.
(중략)
누군가
악무한의 명명법으로 저 물소리 납작집 둔덕을 한 삽에 퍼갔나?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이마트 사이에 황토 둔덕 하나. 누군가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저 바다 밑바닥 백상아리 울음소리라도 들으려는 요량인가?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길음2재정비촉진구역의 풍경을 묘사하였다. 현대백화점과 이마트, 롯데백화점 등 길음2재정비촉진구역 부근에 위치한 구체적인 장소를 언급하였으며,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했던 생각들을 표현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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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디 한번
파고 파고 또 파내어 바다 밑바닥까지 내려가보자.
비록 그녀와 내가 헤엄을 쳐서 메마른 길음 송천을 건너는 법을 영영 모른다 해도
그녀와 나는 물살에 몸을 맡기고 어딘가로 떠내려가겠지
이름에 다시 이름을 쓰며, 이름에 다시 이름을 부르며
길음 송천 흘러가겠지.
시의 마지막 연이다. 재개발이 진행되며 자신이 살던 동네의 모습이 변하는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화자의 심경이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