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_집터
용문중 · 고교를 나와 우로 좌로 이리저리 골목을 꺾어들어가 다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바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땄음에도 가슴팍에 새겨진 일장기 때문에 기뻐할 수 없었던 마라토너 손기정의 집터다. 손기정은 해방 후 안암동에 거주하며 자신의 집을 ‘마라톤 선수 합숙소’라 이름붙이고 전국의 마라톤 유망주 20여명을 뽑아 직접 먹이고 재워가며 훈련을 시켰다.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서윤복, 1950년 보스턴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 · 은 · 동을 휩쓴 한국의 삼인방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등이 모두 이 곳에서 손기정에게 가르침을 받은 선수들이었다. 물론 지금은 손기정이나 그 제자들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이 곳에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모양의 다세대주택들만이 죽 늘어서 있는데, 손기정 집이 있던 자리에도 그 중 하나가 들어서 있을 따름이다.
박수진, 백외준, 민문기, 김영미, 최호진, 최보민, 고종성, 김민성, 2017,
보문동∙안암동, 1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