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오후시간, 어떻게 해?
그렇게 3년이 흐른 뒤 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을 때, 우리집에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종일제인 어린이집과 달리 초등학교는 한두 시만 되면 하교를 하니 이제 1학년인 아이는 엄마가 없는 오후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학교방과 후 수업을 두어 개 참여하고 학원을 몇 군데 끊어서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시간을 채워야 하나? 그럼 아이 간식은 어떻게 챙겨주지? 행여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 재량휴업일이라도 걸리는 날엔? 한 달이나 쉬는 방학은 어쩌고? 해답 없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같은 고민을 하던 엄마들끼리 막막한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던진 한마디. “어린이집에 방을 하나 더 만들어서 초등 돌봄방을 구성하면 어때?”
그렇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 우리는 어린이집 총회 자리에서 초등방 개설을 제안했다. 조합원들의 찬성으로 어린이집 2층을 증축해 방 하나를 더 만들었고, 뒤이어 방과후 선생님을 채용했다. 이렇게 해서 초등학생 3명의 아이들과 부모, 선생님으로 구성된 무지개 방과후 교실이 시작되었다. 이듬해 구성원이 늘어나 방 하나로 공간이 부족해지자 무지개 방과후는 아예 학교 옆 작은 월세집을 구해 독립을 했다.
어린이집 운영의 경험이 있는 부모들이기에 방과후 운영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처음엔 어린이집 협동조합에 소속되어 공간만 분리하는 형식으로 독립했지만 5년차를 맞는 지금의 무지개는 1학년부터 4학년가지 14명의 아이들과 2명의 선생님이 생활하는, 꽤 규모 있는 방과후 돌봄공동체로 성장했다. 더불어 올해 무지개 방과후의 부모들은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사업의 지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규모를 확장하고 어린이집으로부터 운영과 재정을 완전히 분리시키는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다들 생계에 바쁘고 때론 지나치리만큼 많은 회의와 일들에 지칠 때도 있지만 부모들이 이곳을 꾸준히 살피고 돌보며 떠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초등학생조차 사교육과 경쟁에 시들어가는 요즘의 세태에서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뜻이 모여 서로에게 힘과 의지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를 마친 무지개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실컷 뛰어 놀고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먹으며 같이 숙제도 하고 요일별로 계획된 나들이와 문화활동을 하는 알찬 시간을 보낸다. 어린이집 때와 마찬가지로 정릉과 동네골목을 무대로 온갖 놀이를 만들어 노는 아이들은 학원과 학습지에 찌들어 “선생님 이제 뭐 해요? 놀아도 돼요?”를 묻는 요즘 아이들과는 다르게 언제나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하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을 보며, 이곳의 부모들은 자식 키우는 문제로 만난 인연을 넘어 인생의 한 토막을 함께 엮어가는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된다. 함께 뜻과 힘을 합치면 뭐든 할 수 있는 든든한 이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