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입구 교차로에서 청수장 방향으로 약 500미터 걷다보면 왼쪽에 ‘정릉시장’이라고 적힌 큰 간판이 우리를 반긴다. 정릉천을 끼고 형성된 정릉에서 가장 큰 시장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1962년 5월 1일자 『동아일보』 기사에서는 “정릉시장 미곡점에서 백 환짜리 위조주화가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있어 이전부터 상권이 활성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래 전부터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지만, 정식 시장으로 등록된 것은 2010년이다.
예로부터 전통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기능만 한 것이 아니라 이웃마을의 소식을 전해 듣는 소통의 장이자 정을 나누는 교류의 장이었다. 또한 다양한 먹을거리와 놀거리 즐길거리들이 있어 문화향유의 장이기도 했다. 정릉시장 역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이웃과의 정을 나누고 문화를 즐기는 복합문화 공간으로써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상인의 70%가 지역주민이기에 상인과 주민들의 정은 더욱 돈독하다. 칼국수 한 그릇에 3천 원, 탕수육 1인분 2천 원, 보리밥 한 그릇 5천 원……. 만 원의 행복을 느끼며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정릉시장이다.
정릉시장이 활기를 띤 것은 2014년 무렵이다. 서울시와 성북구가 적극적으로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선 가운데 정릉시장이 서울형 신시장으로 지정되어 사업단이 구성됐다. 신시장 사업단은 편의센터를 만들어 정릉 3,4동을 대상으로 배달서비스를 시작했고, 국민대와 MOU를 맺어 학생들이 수업으로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며 참여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젊은이들이 찾는 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정릉시장은 2년여 만에 젊음이 넘치는 시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정릉시장에서는 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마다 또 하나의 장이 선다. 정릉천변을 따라 늘어선 마을장터인 개울장이 열린다. 개울장은 2014~2016년까지 3년 동안 정릉 신시장사업단이 주관하여 진행했고, 2017년부터 마을인시장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다. 정릉시장 상인, 주민, 청년,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개울장은 주민들이 안 쓰는 물건을 사고파는 벼룩시장 ‘팔장’, 직접 만든 물건을 사고파는 ‘손장’, 그리고 판매자들에게 떡볶이·순대·족발 등 정릉시장의 소문난 먹을거리를 배달해 개울장을 즐기면서 맛도 볼 수 있는 ‘먹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개울장만의 특색 있는 배달꾼 대신맨은 셀러들을 위해 정릉시장의 소문난 먹을거리를 배달해 줄 뿐만 아니라, 부스를 대신 봐주기도 하고 있다.
물건을 판매하는 장돌뱅이를 모집하여 다양한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체험, 공연, 먹을거리 등 다채로운 주제가 어우러진 복합문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북한산과 정릉천이 선사하는 자연의 매력과 넉넉한 인심, 품질 좋고 저렴한 물건, 다양한 먹을거리가 함께 하는 정릉시장.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와 함께 집에 있는 물건을 가져나온 꼬마 셀러에서부터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장돌뱅이까지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함께 하는 개울장. 늘 즐거움이 넘치는 정릉시장과 개울장이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