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고개 넘어 달동네에 살면서 미아리를 기록한 소설가가 있다. 바로 김소진이다. 그러나 대중에게 김소진이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가 너무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진정석은 김소진이 미아리를 쓴 것이 아니라, 미아리가 그의 손을 빌려 그 스스로를 썼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김소진 소설의 미아리는 사실적이다. 그 이유는 자신이 살아온 시절을 소박하게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신춘문예 당선 소감에서 어둡지 않고, 환하지도 않은 삶을 구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한 구술의 방법 덕분인지,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은 사소하고 보잘것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안에 있는 가치를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 바로 김소진의 능력이다.
김소진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남쪽으로 내려왔다. 철원에서 거주하다 미아리 산동네에 자리 잡은 것은, 김소진이 다섯 살 되던 해인 1967년이었다. 김소진은 이곳에서 미아초등학교를 다녔고, 보성중학교를 거쳐 서라벌고등학교를 졸업하며 토박이 아닌 토박이로 살았다.
박수진 외 5인, 2014,
미아리고개, 105-1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