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5월 1일
우리는 결혼식을 올렸다. 고희동 선생 주례로 정지용, 길진섭의 사회로. 성북동 274-1. 근원 선생이 손수 지으신 노시산방을 물려받아 보금자리를 꾸미다. 섬에 내려가서 가족을 데려오다. 홀어머님과 아이들을.
1945년 B29가 성북 산협에 번쩍이던 날, 수화는 캔버스를 뜯어서 룩색을 만들었다. 우리도 소개 가자면서. 이웃이 거의 소개가고 몇 집 안 남았는데. 그런데 곧 소위 해방이 왔다.
김향안이 김환기와 결혼하고 난 후, 해방 전까지 성북동에서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노시산방은 문인이자 화가였던 근원 김용준이 1934년부터 1944년까지 살았던 성북동의 한옥이다. 김용준은 노시산방을 수화에게 넘겨주면서 그 이름을 수화의 수(樹) 자와 김향안의 향(鄕) 자를 따서 ‘수향산방’이라 부르고 〈수향산방 전경〉이란 그림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