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기록단 활동기록

주민기록단이 기록하는 성북의 이야기입니다.

[2026년 8월의 기록] 알록달록 그대의 얼굴, 길음역 7번 출구(기록가 : 양혜선) 2026.08.27
알록달록 그대의 얼굴, 길음역 7번 출구 기록가 : 양혜선 일 시 : 2019년 11월 15일 금요일 23:30 – 23:40 장 소 : 길음역 7번출구, 서울 성북구 길음동 542(도로명 주소 : 길음로 11) 얼마 전 일이 있어 길음역을 찾았을 때는 내가 이곳을 떠나 이사를 간 지 어언 3년이 흘렀을 때다. 내가 살던 때부터 철거는 이뤄졌고 버스로 오며 가며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나 드높아진 거리의 풍경은 낯설었다. 2019년 11월 15일 금요일 오후 11시 32분. 이 풍경을 찍은 이유는 아마도 곧 이 건물들이 무너질 것이라는 직감, 아니 근거 있는 소문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보다 이곳에 오래도록 존재해 왔던 것만 같은 사실일 것이 분명한 그 존재감이 눈 녹듯 사라진다는 현실은 믿기 힘들었다. 그러나 여지없이 그 예감은 실재가 되었다. 나는 항상 오래된 것이 좋았다. 그래서 사라지는 것들이 두려웠고 미웠다. 그것이 내가 주민기록단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길음의 옛 풍경을 담아놓은 사진이 분명 있을 텐데’ 8월에 제출하기 위한 사진들을 뒤적이면서, 발견되길 바라는 그 바랜 얼굴에 바친 간절한 마음은 날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되돌려 놓는다. 아침 등교 시간이면 길음역 앞의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어른들이 우르르 모텔 주차장으로 들어가던 일. 당시에는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짧은 동선으로 출근하려는 어른들의 지혜(?)였더랬다. 지금 그 지름길 위엔 올리브영이 생겼다. 바로 고 위, 너무도 멀끔하다 못해 차가운 기색의 약국과 병원은 그런 일은 전혀 모르겠단 얼굴이다. 안전하고 깨끗한 거리 위엔, 어쩐지 서늘한 기척이 맴돈다. 보고 있어도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낯섦이 있다. 당시 어찌나 이 거리가 마음에 깊이 자리했었는지 그것을 그린 그림이 남아있다. 거꾸로 매달린 바지와 그만큼 반듯한 간판의 글씨. 알록달록한 색깔. 무려 7년 전 풍경임에도 그대로 그릴 수 있을 것만 같이 선명하다. 일본 여행을 갔을 때, 나라 공원의 거리를 보면서 “좋은 건축이란, 저 먼 옛날부터 아니 어느 시점을 단정하기 힘든 아득한 시간부터 자리했던 것 같은 풍경의 ‘일부’다.”라는 이야길 한 적이 있다. 어디선가 보고 마음에 새겼던 말. 마치 건축가 피터 줌터의 ‘발스 온천장’처럼 거대하고 태고적인 풍경은 아니더라도 내게 길음역 7번 출구의 얼굴은 그랬다. ​ 다시 볼 수 없는 그 얼굴. 이젠 사진으로 그림으로 그리고 것보다 더욱더 선명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 얼굴을 다시 떠올린다. <사진 설명> 1. 의상실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옷 가게와는 사뭇 다른, 한복을 주로 취급하는 상점들이 많았다. 2. 이곳이 그 시절 이마트이자 편의점이었다. 3. 여성은 한복을 취급했다면 그 바로 옆에는 남성들을 위한 양복점이 있었다. 4. 너무나 깨끗하게 변화한 모습이다.
길음역에 자리했던 한복집들

길음역에 자리했던 한복집들

대왕쌀야채

대왕쌀야채

던힐양복점을 그린 그림

던힐양복점을 그린 그림

길음역의 현재

길음역의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