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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의 기록] 시련을 기회로, 철거 이후 성장통을 이겨낸 오늘날의 장위전통시장(기록가 : 오선민) 2026.08.31
시련을 기회로, 철거 이후 성장통을 이겨낸 오늘날의 장위전통시장 기록가 : 오선민 일 시 : 2026년 8월 15일 토요일 07:40 – 08:10, 8월 25일 화요일 08:30 – 08:40 장 소 : 장위전통시장(도로명 주소 : 서울시 성북구 장위로38길 46-1) 1. 조사지 선정 이유 장위전통시장은 1960년대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어 반세기 넘게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주민들과 함께해 온 시장이다. 현재의 공식 명칭은 ‘장위전통시장’이지만 상당수 주민에게는 여전히 '장위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필자가 유년 시절을 함께한 장위시장을 수년 만에 다시 찾았을 때, 예전의 북적이고 활기 넘치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깔끔하고 차분한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시장의 현재 모습 속에서 예전의 추억을 되짚어보고자 이곳을 조사지로 선정하였다. 2. 인터뷰 및 현장 조사 내용 사람이 모여든 골목, '장위골목시장'이란 이름이 생기다 1960년대부터 동방주택단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장위동에 저층 주거지가 들어섰다. 많은 사람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되었고, 주거지 인근에 '장위골목시장'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2005년 기록을 살펴보면 장위시장은 정육·청과·의류·생필품 등을 파는 130여 개의 점포가 500m가량의 골목에 늘어서 있었다. 위치는 장위지구대(현 '장위2치안센터', 서울 성북구 화랑로19길 85)에서 장위초등학교 동편을 지나 장위로 큰길가까지 이어지는 주택가 골목이었다. 이름과 함께 달라진 운명 시간이 흐르며 장위동에 밀집된 단독·다세대 주택은 노후되었고, 도로 등 기반 시설이 부족한 채로 낙후되어 갔다. 그러던 2005년 12월 16일, 장위동 일대 15개 구역이 서울시의 3차 뉴타운 사업지구로 선정되며 큰 변곡점을 맞이한다. 대규모 개발에 대한 기대도 잠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12·13구역(2014년), 8·9·11구역(2017년), 15구역(2018년)이 차례로 해제 고시 절차를 밟았다. 그중 10·11구역에 걸쳐 있던 장위시장 역시 철거냐 잔존이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재개발이 한동안 난항을 겪는 사이, 시장은 장위전통시장과 장위골목시장이라는 두 개의 이름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추진할 당시 장위전통시장(11구역)은 등록하고, 나머지 절반인 장위골목시장(10구역)은 등록하지 않은 것이다.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게 된 장위전통시장은 간판 디자인이 통일되고 천장에 어닝이 설치되었다. 반면 장위골목시장은 각양각색의 간판과 목재 천장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그러던 2019년, 장위시장은 둘로 나뉘어 전혀 다른 운명의 길을 걷게 된다. 11구역에 해당하는 상인회(서울 성북구 장위로38길 46-1)에서 장위지구대까지는 계속해서 장위전통시장으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장위로 큰길가에서 당시 은혜떡집까지는 철거 대상인 10구역에 속하게 된 것이다. 절반에 가까운 점포들이 이전하거나 폐업하며 장위시장을 떠나게 되었다. 작아졌지만 편리하고 민첩해진 시장 정든 곳을 갑자기 떠나야 했던, 그리고 정든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상인들을 위로라도 하듯, 서울시는 철거 다음 해인 2020년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로 장위전통시장을 선정해 100억 원 내외의 사업비를 지원했다. 전통적인 재래시장을 재생사업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목적에 맞게, 시장은 다방면에서 젊은 감각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통행로를 정비해 2024년 아케이드가 준공되었고, 조명과 간판이 새로 정비된 것은 물론 네이버·배달의민족 등의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주문·배송도 시작되었다. 지역 축제와 연계한 ‘주락이 페스티벌’도 열리며 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장소로도 변모하였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빠르게 다가가는 시장이 된 것이다. 오늘도 장위전통시장의 아침은 부지런하게 열린다. 오전 8시가 되기 전부터 이미 문을 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를 바구니 가득 담아 놓는가 하면, 분주하게 떡을 뽑아내거나 뜨끈한 손두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번외] 주민들에게 장위전통시장의 시작점은 '서울석관동우체국', 상점 거리의 기억 ▼장위전통시장의 2005년과 2026년 변화(10구역 철거 전후)
2005년 장위전통시장 지도

2005년 장위전통시장 지도

2026년 장위전통시장 지도

2026년 장위전통시장 지도

장위전통시장의 공식 장소는 200m가량에 해당하지만, 사실상 주민들에게 장위시장의 시작점으로 인식되는 지점은 석관동우체국부터다. 장 본 짐이 생각보다 많아져 어머니를 마중 갈 때, “장위시장 앞에서 봐요”라고 하면 우리가 만나던 장소는 석관동우체국 앞이었다. 또한 근처 버스정류장 이름에도 ‘장위전통시장 입구’가 들어가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수십 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며 시장의 변화를 지켜본 석관동우체국을 지나 골목에 들어서는 곳에 ‘장위전통시장’ 안내판이 높게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꽃집은 사시사철 화분 속에서 꽃을 피우며 사람들을 맞이한다. 2026년 최근 꽃집 주변이 보도블록 공사로 깔끔하게 탈바꿈해 시장에 오는 주민들의 보행을 안전하게 돕고 있다. 상점 거리엔 주로 음식점이 위치해있지만 수십 년째 운영 중인 정육점과 약국 등은 주민들에게 장위시장을 인식하는 또 하나의 지표가 된다. 일례로 현재 장위지구대 옆에 위치한 월드팜약국은 90년대만 해도 지금 대비 3배가량의 규모를 자랑하며 상점 거리 초입에 위치해 동네의 대형 약국을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약사만 3명이던 약국에서 감기약과 박카스를 자주 샀던 기억이 남아있다. [번외] 1990년대 장위전통시장에 대한 필자의 기억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들어선 장위골목시장에선 입구에서부터 두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곤 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과일 가격을 찾아내 기억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주는 미션이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있던 서너 개의 과일가게를 지날 때까지 기억을 잘 간직하고 있다가, 저렴하면서도 싱싱한 과일을 사는 날이면 뿌듯함에 어깨가 한껏 올라갔었다. 시장에서도 어디를 가장 좋아했냐고 묻는다면, 중간 지점(현 장위초등학교 근처)이라고 답할 수 있는데 그곳엔 쫄깃한 떡볶이와 뜨끈한 어묵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께 졸라서 떡볶이를 먹는 날이면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만족스럽게 앞장서 걷곤 했다. 두 번째로 좋아하던 곳은 마트였다. 2019년 시장 철거 전까지 시장의 장위로 쪽과 중간 지점에는 대형 마트가 두 곳 있었다. 장위로에 위치한 빅마트는 동전을 넣으면 흥겨운 노랫소리에 맞춰 앞뒤로 흔들리는 비행기(키즈라이더)를 타며 놀던 곳이었다. 이후 들어선 마트에선 먹고 싶은 과자 앞을 괜히 서성이기도 하고, 밝은 조명 아래 빼곡히 들어선 물품들을 구경하기도 했었다. 마트를 나와 시장 안쪽으로 들어오면 드림마트가 있었는데, 빅마트보다는 작지만 배추 같은 채소 등을 더 저렴하게 팔던 곳으로 기억한다. 여기서도 두 마트 중 어디가 더 저렴한지 알아보기 위해 신나서 달려가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렇게 골목의 시작과 끝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한껏 무거워진 카트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울퉁불퉁한 길을 요령껏 걸으며 마주 오는 행인들을 피하는 것이 남은 숙제였다. 당시만 해도 좌판까지 더해 가게마다 길 안쪽까지 상품이 전시돼 있었고, 시장엔 하루 종일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덕분에 1차선 도로 위 차량처럼 한 줄로 걷곤 했었다. 명절 전날엔 인파에 걸음을 수시로 멈춰 서기도 해서, 그때마다 카트 손잡이나 검은 봉투를 다시 잡아 쥐곤 했다. 2026년 지금 다시 찾은 시장은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 훨씬 넓은 골목을 활보할 수 있었고, 평평해진 길 덕분에 걸음도 편안했다. 지붕이 없을 땐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았고, 초록색 지붕이 생기면서 시장 전체가 어두웠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높고 튼튼한 천장과 조명, 환풍기까지 잘 갖춰져 훨씬 쾌적해졌다. 3. 조사지 특징 등 하나의 골목 안에서 일어난 지난 60년의 이야기는 이제 시장이란 장소보다 주민들의 기억 속에, 또는 기록 속에 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변화가 찾아와도 상인들의 부지런함만은 변하지 않고 오늘의 장위전통시장을 묵묵히 채워가고 있다. 클릭 몇 번으로 자고 일어나면 택배를 받고, 처음 보는 물건도 해외에서 며칠 만에 받아보는 세상 속에서 장위전통시장이 나아갈 길이 앞으로도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장위전통시장이 또 다른 어린이에게 오늘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부디 오래도록 주민 곁에서 역사를 함께 써 나가 주기를 바라며 기록을 마친다. <사진 설명> 1. 장위골목시장이 유지중이던 2005년의 시장 지도 2. 장위골목시장(10구역)이 철거된 2026년 현 상태의 지도 3. 장위전통시장 점포 4. 장위전통시장 상인회 5. 2026년 최근 보도블럭 공사 진행 완료
장위전통시장 점포

장위전통시장 점포

장위전통시장 상인회

장위전통시장 상인회

석관동우체국 옆 꽃집

석관동우체국 옆 꽃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