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기회로, 철거 이후 성장통을 이겨낸 오늘날의 장위전통시장
기록가 : 오선민
일 시 : 2026년 8월 15일 토요일 07:40 – 08:10, 8월 25일 화요일 08:30 – 08:40
장 소 : 장위전통시장(도로명 주소 : 서울시 성북구 장위로38길 46-1)
1. 조사지 선정 이유
장위전통시장은 1960년대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어 반세기 넘게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주민들과 함께해 온 시장이다. 현재의 공식 명칭은 ‘장위전통시장’이지만 상당수 주민에게는 여전히 '장위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필자가 유년 시절을 함께한 장위시장을 수년 만에 다시 찾았을 때, 예전의 북적이고 활기 넘치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깔끔하고 차분한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시장의 현재 모습 속에서 예전의 추억을 되짚어보고자 이곳을 조사지로 선정하였다.
2. 인터뷰 및 현장 조사 내용
사람이 모여든 골목, '장위골목시장'이란 이름이 생기다
1960년대부터 동방주택단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장위동에 저층 주거지가 들어섰다. 많은 사람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되었고, 주거지 인근에 '장위골목시장'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2005년 기록을 살펴보면 장위시장은 정육·청과·의류·생필품 등을 파는 130여 개의 점포가 500m가량의 골목에 늘어서 있었다. 위치는 장위지구대(현 '장위2치안센터', 서울 성북구 화랑로19길 85)에서 장위초등학교 동편을 지나 장위로 큰길가까지 이어지는 주택가 골목이었다.
이름과 함께 달라진 운명
시간이 흐르며 장위동에 밀집된 단독·다세대 주택은 노후되었고, 도로 등 기반 시설이 부족한 채로 낙후되어 갔다. 그러던 2005년 12월 16일, 장위동 일대 15개 구역이 서울시의 3차 뉴타운 사업지구로 선정되며 큰 변곡점을 맞이한다. 대규모 개발에 대한 기대도 잠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12·13구역(2014년), 8·9·11구역(2017년), 15구역(2018년)이 차례로 해제 고시 절차를 밟았다. 그중 10·11구역에 걸쳐 있던 장위시장 역시 철거냐 잔존이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재개발이 한동안 난항을 겪는 사이, 시장은 장위전통시장과 장위골목시장이라는 두 개의 이름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추진할 당시 장위전통시장(11구역)은 등록하고, 나머지 절반인 장위골목시장(10구역)은 등록하지 않은 것이다.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게 된 장위전통시장은 간판 디자인이 통일되고 천장에 어닝이 설치되었다. 반면 장위골목시장은 각양각색의 간판과 목재 천장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그러던 2019년, 장위시장은 둘로 나뉘어 전혀 다른 운명의 길을 걷게 된다. 11구역에 해당하는 상인회(서울 성북구 장위로38길 46-1)에서 장위지구대까지는 계속해서 장위전통시장으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장위로 큰길가에서 당시 은혜떡집까지는 철거 대상인 10구역에 속하게 된 것이다. 절반에 가까운 점포들이 이전하거나 폐업하며 장위시장을 떠나게 되었다.
작아졌지만 편리하고 민첩해진 시장
정든 곳을 갑자기 떠나야 했던, 그리고 정든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상인들을 위로라도 하듯, 서울시는 철거 다음 해인 2020년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로 장위전통시장을 선정해 100억 원 내외의 사업비를 지원했다. 전통적인 재래시장을 재생사업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목적에 맞게, 시장은 다방면에서 젊은 감각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통행로를 정비해 2024년 아케이드가 준공되었고, 조명과 간판이 새로 정비된 것은 물론 네이버·배달의민족 등의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주문·배송도 시작되었다. 지역 축제와 연계한 ‘주락이 페스티벌’도 열리며 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장소로도 변모하였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빠르게 다가가는 시장이 된 것이다.
오늘도 장위전통시장의 아침은 부지런하게 열린다. 오전 8시가 되기 전부터 이미 문을 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를 바구니 가득 담아 놓는가 하면, 분주하게 떡을 뽑아내거나 뜨끈한 손두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번외] 주민들에게 장위전통시장의 시작점은 '서울석관동우체국', 상점 거리의 기억
▼장위전통시장의 2005년과 2026년 변화(10구역 철거 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