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문학』 1994년 가을호에 실린 단편소설로, 무허가집이 재개발 되기 시작할 시점의 미아리가 화자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동네로 등장한다. 미아리에 살고 있던 화자의 어머니는 화자의 설득 끝에 미아리 집을 나와 화자와 합가를 하게 된다. 그러나 며칠 후 화자의 어머니는 말도 없이 미아리 집으로 돌아간다. 화자는 그 이유가 바퀴벌레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며, 오래 전 어머니께 들었던 바퀴벌레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한편, 화자는 어머니와 바퀴벌레 사건이 있었던 그 즈음 한 단체의 문예강좌에 섭외되어 강의를 하러 가게 되고, 그곳에서 학창시절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처음엔 나도 할말이 없었다. 그만큼 했으면 됐지 아내에게 뭘 더 바랄쏜가 싶었다. 약수터에라도 잠시 다녀올 듯이 휑허케 나갔던 어머니가 그 길로 미아리집으로 돌아가버렸을 때 말이다. 실망스러웠다. 수화기를 잡은 손에서 맥이 실타래처럼 꾸역꾸역 풀렸다.
— 내다. 어디긴? 지금 여기 미아리야.
— 거긴 왜요? 슈퍼 간 줄 알았던 양반이 왜 이래 늦나 싶어 혹시나 해서 대련암 약수터까지 헛걸음질을 쳤건만…… 뜬금없이.
— 에이구, 내 등짝에는 아무래도 이 식은 방구들이 제격인 모양이야. 행여 작은애가 못 해줘서 그런 게 아니니 부디 다툴 일 없고. 그래 마른벼락 맞을 일이지. 정말 정성이었어, 후! 한데 그게 그런 게 아닌것 같고……
미아리에 살고 있던 화자의 어머니가 화자와 합가하여 며칠 동안 지내다가 말도 없이 다시 미아리로 돌아가고 난 후, 아들과 어머니가 통화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당시 미아리는 길음동과 하월곡동 그리고 강북구 미아동 일대를 말한다.
일꾼 대접 잘하기로는 역시 개성 사람에서 더 갈 데가 없지. 일꾼 밥그릇 따로 주인 밥그릇 따로 이렇게 고봉으로 정갈히 뜨고 반찬 별도 일절 없어. 품삯도 후하고. 그러니 시키지 않은 일도 눈에 띄면 손이 가게 마련이지. 어쩜 그게 더 무서운 건지도 모르지만. 헌데 내 파출부 생활 다섯 해에 그 돈암동 고개턱에 있는 민신홍 치과집처럼 일꾼 홀대하는 집은 세상 첨이더라. 겉보기 아쌀하고 찬바람이 잉잉거리더니 아, 역시 일꾼 놉겪이를 그렇게 야박스럽고 모질게 하는 집은 약에 쓰자고 찾아도 열흘 안엔 찾기 힘들게다. 다들 그 집엔 안가려 했지만 나 같은 민퉁이한테는 그런 차지가 돌아올 수밖에.
미아리에 살고 있던 화자의 어머니가 화자와 합가하여 며칠 동안 지내다가 말도 없이 다시 미아리로 돌아가고 난 후, 화자는 누나와의 통화를 통해 그 이유가 바퀴벌레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오래전 들었던 어머니가 바퀴벌레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게 된 이야기를 떠올리는 장면이다. 돈암동 고개는 지금의 미아리고개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충 자료 수집도 끝나서 얼추 보름 정도 그 웃는돌인가 하는 데서 뒹굴다 올까 생각을 먹던 참에 어머니가 미아리집으로 되돌아간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가더라도 아내와 아이를 처가로 보내놓아야 안심이 될 듯한데 거기는 늦장가 드는 처남 때문에 경황이 없는 터라 보름정도는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