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솔샘로1길 6(정릉동 687-3)에 위치한 원룸 건물이다. 이전에는 '종가본'이라는 식당으로 운영되다가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2017년부터 임대사업을 시작하였다. 정릉3동 주민센터 부근이며 2층짜리 콘크리트 건물로 7개의 방이 있다. 방은 3평형에서 10평형까지 다양하다. 원룸 내부는 침실과 샤워실이 딸린 내실과 주방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 외 생활에 필요한 가전과 집기 등도 마련되어 있다.
['스토리원룸' 배길자 님 인터뷰]
사실 이 원룸은 식당으로 운영해오던 건물을 내부만 리모델링하여 2017년부터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아무튼 여기까지 오기에는 수많은 사연이 있다는 주인 배길자(78세, 2020년 기준) 씨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1984년 12월 정릉으로 이사를 온 후 행복한 날을 보내던 어느 날, 암으로 투병하던 남편과 사별하는 슬픔을 겪는다. 홀로 두 딸을 품에 안은 그녀는 눈앞이 캄캄했지만 과거의 경험을 살려 식당을 운영하기로 했다.
1993년 지금의 원룸 자리에 있던 허름한 한옥(배길자 씨는 ‘초가집’이라고 말씀하심)을 사서 2층짜리 건물로 새로 지었다. 그리고 ‘종가본’이란 등심 전문 한식당을 개업했다. 다행히 꾸준히 고객이 늘어 꽤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큰딸을 4년간 캐나다 유학까지 보내며 정말 열심히 살았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작은딸도 해외 랭귀지 연수를 보내며 알뜰살뜰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점차 고객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하며 영업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런 중에 혼기에 찬 두 딸은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메뉴를 설렁탕 전문식당으로 과감히 바꾸며 혁신을 시도했다. 그때 반찬으로 내놓은 것이 자신의 특기인 ‘간장조림 꽃게장’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 게장 반찬이 대히트를 쳤다. 설렁탕을 먹으러 온 손님들이 먼저 찾는 것이 게장이었고, 언제부턴가 게장 반찬을 돈을 내고 사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예 게장 판매에 주력하기로 했다. 매년 한꺼번에 1,000kg의 꽃게를 구매해서 소래포구의 수협냉동창고에 보관해두고 늘 싱싱한 꽃게를 꺼내 팔았다. 그렇게 게장 판매를 하며 두 딸의 결혼 자금도 거뜬히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갑자기 꽃게 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1kg당 17,000원에 팔았는데 나중엔 35,000원까지 올랐다. 그러면서 게장을 찾는 손님도 사라졌다. 식당 운영에 다시 위기가 닥쳤다. 그녀도 나이가 들며 식당 영업을 계속하기에 지치고 힘들었다. 그래서 식당을 원룸으로 개조하여 임대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종가본’을 운영하며 성공한 배경에는 ‘요식업계의 큰손’으로 활약했던 화려한 과거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30대 후반이던 1980년대 초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 두 업소를 동시에 운영했다. 건물 지하에는 120평짜리 음악감상실 겸 다방을, 그리고 2층에는 비프스테이크 전문점인 86평의 ‘롱비치’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이 식당은 당시 서소문의 ‘남강’과 북창동 ‘거구장’과 함께 장안의 3대 고급 식당으로 손꼽힐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녀와 원룸 내부를 둘러보러 2층으로 올라가는데 왠지 ‘럭셔리한’ 계단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계단을 밟으며 올라가던 그녀가 불현듯 언젠가는 다시 이 집에서 고급 일식 음식점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제야 그녀가 종가본 시절의 계단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둔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듯, 그녀는 80년대 초부터 40여 년간 이어온 요식업의 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