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의 시 「꽃피는, 삼천리 금수강산」은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모순된 현실과 분단의 아픔을 ‘꽃’이라는 역설적인 소재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의 화자는 ‘미아리 점쟁이 집 고갯길’의 ‘개나리꽃’부터 시작해 ‘파주 인천 서부전선 능선마다’ 핀 ‘진달래꽃’, ‘방배동 부잣집 철책담 위’ ‘백목련 꽃’ 그리고 ‘경북 도경 국기게양대 바로 아래’ 핀 ‘무궁화 꽃’에 이르기까지 남한 사회의 곳곳을 비추며 꽃이 피었음을 말한다. 꽃이 암시하는 것은 역사의 아픔이 서려 어둡고 그늘진, 그러나 희망을 간직한 남한 사회의 현실일 것이다. 이어 화자는 ‘개마고원’과 ‘영변 약산’ 등 북한 지역에는 ‘무슨 꽃이 피었는지’ 모른다고 말하며, 평화의 길이 열려 북녘 곳곳의 꽃들도 볼 수 있기를 갈망하며 시를 끝맺었다.
꽃피는, 삼천리 금수강산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미아리 점쟁이 집 고갯길에 피었습니다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파주 인천 서부전선 능선마다 피었습니다
백목련 꽃이 피었습니다
방배동 부잣집 철책담 위로 피었습니다
철쭉꽃이 피었습니다
지리산 노고단 상상봉 구름 밑에 피었습니다
라일락꽃이 피었습니다
이화여자대학 후문 뒤에 피었습니다
유채 꽃이 피었습니다
서귀포 앞 남마라도 산록에 피었습니다
안개풀꽃이 피었습니다
망월리 무덤 무덤에 피었습니다
망초 꽃이 피었습니다
동두천 생연리 봉순이네 집 시궁창에 피었습니다
수국꽃이 피었습니다
순천 송광사 명부전(冥府殿) 그늘에 피었습니다
칸나꽃이 피었습니다
수도육군통합병원 화단에 피었습니다
백일홍 꽃이 피었습니다
태백산 탄광 간이역 침목가에 피었습니다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봉천동 판자촌 공중변소 문짝 앞에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경북 도경 국기 게양대 바로 아래 피었습니다
그러나,
개마고원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영변 약산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은율 광산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마천령산맥에 백두산 천지에
그렇지 금강산 일만이천봉에
무-슨-꽃-이-피-었-는-지
무슨 꽃이 피었는지
나는 모릅니다
나는 못 보았습니다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