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골짜기에 자리잡은 고급 주택가의 한낮은 묘지처럼 고요했다. 우거진 녹음 사이로 드문드문 상반신만 드러낸 흰 건물도 주택으로서의 인기척이라곤 없이 타인의 간여를 철저하게 거부한 채, 정적과 장중미만을 풍기는 게 꼭 비석 같아 내 그런 느낌을 더욱 짙게 했다.
주인공은 성북동 고급주택가에 있는 부잣집 남자아이의 공부를 봐주는 일로 고용되었다. 그가 맡게 된 소년은 다루기 쉬운 아이였고 부잣집 아이들은 문제아일 것이라는 선입관이 빗나가자 그는 혼란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간다.
드디어 버스값도 떨어진 날, 오후 두시쯤 나는 성북동을 찾을 밖에 없엇다. 늘 문을 열러주던 젊은 아줌마가 반색을 하며
"어마나, 선생님도 굿 구경 오셨군요!"
"굿 구경이라뇨?"
월급을 받기로 한 날이 지났는데 부인은 돈봉투를 쥐어줄 생각을 안 한다. 사흘째 되는 날 부인은 주인공을 불러 자신들은 손재수를 염려하여 해가 진 후에는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며 월급을 받고 싶다면 낮에 들리리고 말한다. 주인공은 어처구니 없는 소리에 구태여 낮에 찾아가지 않았으나 마침내 버스값도 떨어지자 성북동을 찾아가게 된다. 마침 그때 이 집에서 매달 벌이는 재수굿이 진행되고 있어 주인공은 호기심을 갖고 구경하기로 한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더 듣지 않고 황망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이 동네는 아름다운 동네였다. 인기척이 안 들려 묘지처럼 아름다운 동네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번 웃고 싶었다. 이 동네를 인기척으로, 웃음소리를 자자하게 채울 만큼 크게 웃고 싶었다.
땀을 흘리며 굿을 지내고 있던 부인은 주인공과 눈이 마주치자 질겁하며 아줌마를 나무란다. 주인공은 그들의 대화를 더 듣지 않고 그곳을 빠져나온다. 주인공은 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동네를 자신의 웃음소리로 채우고 싶었지만, 영영 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만원이 아까워 웃을 수가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