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은 어느 방향으로나 5분만 가면 바위와 숲이 있어서 좋다. 요즘 낙목한천(落木寒天)의 암석미(巖石美)를 맘껏 완상할 수 있는 나의 산보로는 번화의 가태(假態)를 벗고 미지의 진면목을 드러낸 풍성한 상념의 길이다. 나는 이 길에서 지나간 세월을 살피며 돌의 미학, 바위의 사상사(思想史)에 침잠한다. 내가 성북동 사람이 된 지 스물세 해, 그것도 같은 자리 같은 집에서고 보니 나도 암석의 생리를 닮은 모양이다. 전석불생태(轉石不生苔)라고 구르는 돌에 이끼가 앉지 않는다는 것이 암석미의 제 1장이다.
돌에 관한 자신의 감상 중 마지막 편으로, 성북동에서 암석의 미를 완상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성북동에서 23년 간 거주하며 집 뒤편 북악산에 있는 바위의 사상사에 침잠한다는 고백이 눈길을 끈다. 한양도성에서 바라본 봉우리, 삼선교에서 바라본 성북동 뒷산 등 조지훈은 성북동에서 거주하며 자연 경관, 특히 돌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현재는 건축물로 인해 많은 돌을 볼 수 없지만, 과거에는 주변 경관을 깊이 감상할 수 있었던 성북동의 모습이 상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