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태양의 혀』의 3부에 수록된 시이다. 시인은 자신이 40년 이상 살아온 성북동에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을 얻었다. 이 시의 제목은 성북천의 발원지 '수고해(水鼓蟹)'에서 따온 것으로, 성북천 복개를 비롯하여 도시 개발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하는 내용이다. 시사적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어린 가재를 화자로 설정하여 시의 서정성을 살렸다.
아침부터 밤까지
물장구를 치며 놀았는데요
엄마가 사라졌어요
함부로 밟고 간 더럽혀진 집
우린 그 발길을 피해 똘똘 뭉쳐 있었지요
한바탕 개발이란 바람이 불어올 때
집 나갔던 엄마가
불도저를 온몸으로 막았어요
엄마의 가슴팍이 잘려나갔어요
우린 두 귀를 꼭 막고
엄마의 비명을 듣지 않았어요
물길은 구불구불 흘러가는 것
물살을 거슬러봤자 제자리라는 걸 엄만 알았을까요
엄마의 살과 피가 흐르는 수고해
꽃잎이 종아리까지 담그고
햇빛이 몸을 적시러 놀러 옵니다
우리는 종종 깊이를 알 수 없는 웅덩이를
다 아는 것같이 생각합니다
** 시 전문 수록 **
성북천은 북한산 구준봉에서 발원하여 성북동·안암동을 지나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개천이다. 성북천의 발원지 '수고해(水鼓蟹)'는 그 의미가 ‘가재가 물장구치는 곳’일 정도로 물이 맑았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1960년대 말부터 1993년까지 대부분의 상류 지역이 복개되었다. 시인은 어린 가재를 시의 화자로 설정하여 성북천 개발을 엄마 가재의 희생, 즉 생태계의 파괴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성북천 복개공사는 엄마들은 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헤엄치며 놀았던 삶의 터전이자 놀이터가 사라진 것이기도 했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도시 개발의 양면성 뿐 아니라 인생의 깊이와 운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끔 한다.